▲최충식 논설위원 |
지금처럼 큰 밑그림만 그린 상태에서 후속 입법이 없으면 종이호랑이 전락은 시간의 문제다. 세제에서부터 공급을 망라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에 쟁점이 없을 리 없겠으나 총론에는 그럭저럭 동의하고서도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이견의 갭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이는 정책의 양면성 탓이기도 한데, 특히 모순된 대책이 섞이면 정책 효과조차 가늠하기 힘든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예를 들어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은 반대론자의 억지나 주택업체의 엄살이 아닌 재정경제부까지 시인한 가능성이다. 거품은 빼야겠지만 급속한 거품 붕괴는 경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투자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투기가 경기부양의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부동산 부자들이 집을 안 팔고는 못 배기도록 해놓고 부족한 주택 수요를 공공의 영역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은 단기적 처방 쪽에 치우친 감이 있다. 세계적 현상인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 급등을 투기 억제로 해결하는 나라가 별로 없음을 감안할 때 사실 그렇다.
왜 투기가 왔는가.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중대형 아파트로 쏠려서였지 서민 동네의 집값 때문이었나. 영국 등 유럽에 흔한 공공주택은 지지난 세기말 사회주의 열풍의 잔재 아니던가. 그래서 공공주택 건설은 영세민 돕는다고 공무원이 직접 농사짓고 연탄공장 운영하는 것과 흡사하게 보일 수 있다.
세제 역시 투기 결과에 대한 간접 방어수단이면서 조세정책 체계를 고려해야 정상적일 것이다. 양도소득세에 국한하면 비과세나 중과세에 비해 정상과세 적용 대상이 적어 창은 없고 방패만 든 법체계로 비쳐질 수도 있다.
단순비교하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8·31 이후 1600억원 늘어나 2년 전 10·29 이후 9500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하면 영향력이 작았다. 대전의 시가 총액은 1577억원 하락했지만 그 약발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그도 그럴 것이 50년을 이 강산에서 설쳐댄 투기다.
입법 절차 다음으로도 보완할 점이 물론 많다. ‘대전의 타워팰리스’ 기대감에 힘입어 스마트시티가 때아닌 주상복합 바람으로 떴다방의 표적이 되는 과정도 똑똑히 지켜봤다. 주상복합 청약제도 개선 및 규제의 필요성과 나란히 투자 가치 양극화를 보여준 사례다. 특정지역 집값만 골라 뛰는 현상은 수요 패턴보다 정책에 좌지우지될 때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제아무리 “헌법 같은” 법을 들이대도 부동산을 향한 관심을 완전히 꺾지는 못할 것이란 점이다. 전혀 새로운 재테크 블루오션(대안시장)을 찾아 나서거나 수요나 공급 어느 한쪽에 쏠리다 정책이 시장의 힘에 굴복할 날을 조용히 기다리는 부동산 부자들도 더러 있을지 모르겠다.
곡해 없이 읽히기를 바라지만, 투기와 투자는 양쪽날개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여서가 아니라, 미래 효용가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유보한다는 측면에서는 투자와 투기가 유사하다. 자본이득을 노리는 투기가 일종의 투자행위여서 가끔은 구분 실익이 사라지기도 한다.
어쨌든 주택정책의 최상위 목표를 투기 억제보다 국민 전반의 주거수준 향상에 둬야 하며 시장 혐오감은 시장을 왜곡할 소지가 있어 좋지 않다. 진짜 호랑이라고 호언해도 시장이 종이호랑이나 고양이로 인식한다면 보나마나 실패가 예견된 대책이다. 성패는 후속 입법과 후속 대책에서 나뉜다. ‘세 번 일’, ‘네 번 일’이 되지 않을 묘수도 결국 이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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