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사건이 특정 목적을 위해 ‘정치 사회적 쓰나미’가 되어 온 나라를 뒤 흔들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해본다.
도대체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합성어다. 자유주의는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더불어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며,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와 법률적 장치를 통해 개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으로 규정한 강교수의 견해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자적 판단에서 나온 개인 발언을 갖고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강교수의 그런 주장에 좌지우지될 만큼 허약한 사회인가? 이미 남북간 체제경쟁은 끝났으며, 어떤 주장도 하나의 견해로 수용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되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체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특정 견해는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서 사상의 시장에서 걸러져야 하는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검찰중립성이 훼손되었다고 해 순교자와 같은 자세로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이것도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인권이 보호되어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이러한 인권보호를 위해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것이 어떻게 검찰중립성을 훼손한 것인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강교수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더구나 냉전체제의 유물로서 존재이유가 사라진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개인의 신체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은 시대정신에 한참 뒤떨어진 검찰의 태도였다.
일부 정치집단과 보수 언론이 말하는 자유민주주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최근의 사태가 국가의 정체성 위기와 연결된다는 것인가? 강교수의 발언을 문제삼아 동국대 학생들의 취업에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란 말인가? 장관의 합법적인 수사지휘권 발동에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고 저항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몸짓이란 말인가? 국가정체성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난리를 떨던 보수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이 10·26 선거가 끝난 후에 일제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당신들은 냉전시대의 사고와 화석화된 논리로 박정희 군사정부의 반공이념과 보수적 이데올로기만을 자유민주주의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 할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포용하며, 법률에 의해 인권이 보호되는 보편성있는 이념체계이다. 당신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역사의 배반자들이다. 조갑제가 보호되듯이 강정구도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