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유광진 기자 |
부여군청 현관은 물론 주차장까지 적재해 놓은 나락들과 신축공사 등으로 비좁은 군청이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민원인들은 주차하기가 어려워 빈공간만 보이면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으로 차를 세우고 있다.
또한 차가운 아스팔트위에는 부여군 농민회의 천막농성이 12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농민들의 소원과 희망을 새겨놓은 노란 손수건이 군청 로터리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백제대교 위에서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와 추곡수매제 부활을 외치며 나락 40kg 10포대를 강물에 뿌리는 충격적인 시위가 이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스팔트위로 행진하는 농민들의 모습에서 이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옛말이 되어버리고 최소한의 살길을 요구하는 절박한 얼굴들로만 다가오고 있다.
농경사회의 당연한 주인공이었던 농민들은 산업화와 전자화 시대를 잘도 견디어 냈지만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온몸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이 땅을 지키고자하는 마지막 몸부림이 자식 같은 나락을 강물에 수장시키고 있다.
군청 앞 나락 적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은 “정부와 농민의 중간에 서있는 행정기관에서 우리들의 고통을 나누자”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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