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의 학문적 입장에 대한 엄밀한 검증은 일단 학자들의 몫으로 미루고,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과연 적절했는지 상식적으로 살펴보자.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된 고유권한인 만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건 없다. 초점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요건의 충족 여부, 즉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강 교수가 문제의 글을 인터넷 매체에 발표하고 또 거센 사회적 비판에도 자기 의견의 정당성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도주하거나 자신의 글을 없앨 소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장관의 지휘권은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 - 공안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불구속수사원칙이 지켜져야 함 - 을 새삼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수사지휘의 사회적 의미는, 검찰의 절대적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데 있다. 나아가,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민주사회의 원리는 여러 힘이 견제 속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어떤 부문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적절한 민주적 통제가 가해져 균형을 이루는 게 민주사회다. 우리 교육계는, 지난 5년 동안 거세게 분출된 학생들의 두발자유와 기본권 보장 열망을, 학칙을 앞세운 학교(교사)의 우월적인 힘으로 억제해 왔다. 아무리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권고해도, 그것이 현실화되는 건 요원해 보인다. 이젠 학칙에 대해서도 권고가 아닌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학칙은 지키는데 헌법은 위반하는 이율배반이 지속될 만큼, 우리 사회가 미숙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대만처럼, 교육부가 나서서 두발 자유화 시행을 결정하고 학교현장이 민주적 원리의 실습장이 되도록 통제해야 한다. 인권은 필수요소이다. 더 이상 선택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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