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소나무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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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소나무가 위태롭다

  • 승인 2005-11-09 00:00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숲을 둘러본다. 지난 여름 부지런히 일을 해오던 잎들은 나무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떨구기 시작한다. 마지막 아쉬움에 눈물을 머금은 듯 단풍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활엽수들이 잎을 모두 떨군 겨울 숲. 그 허전함을 달래주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이 푸르름으로 지켜준다. 그런데 앞으로는 소나무를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와 해송에 침투하여 물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해충으로 한번 감염되면 100%고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처음 나타나서 그 동안 남해안을 끼고 몇몇 지역에서 크게 피해를 주다가 최근 몇 년사이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난 5월 31일에는 재선충병이 감염된 나무나 의심스러운 목재에 대하여 이동을 할 수 없게 하고, 피해지역은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여 감염목에 대해 이용이나 판매를 제한하는 소나무재선충방제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이르렀다. 11월부터는 죽었든 살아있든 모든 소나무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이동을 금지하도록 특별 지침이 시행되었다.

실제로 소나무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면서 이동한다. 자연적인 이동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지만,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옮겨지는 인위적인 요인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감염목 무단반출 및 불법 이용을 강력하게 제지하는 것이다. 일단은 감염된 솔수염하늘소가 옮겨 다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재선충이 전염된 일본과 중국은 전국의 소나무 숲이 전멸되다시피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엄청난 피해 속에서도 세계자연유산 황산만은 지켜냈다고 한다. 5년 전 소나무로 유명한 황산풍경지구 인근 70㎞ 지점에 재선충이 발발하자, 황산 풍경구 주변을 뺑 돌아가며 폭 4km, 길이 100km 내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은 중국이니까 가능하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본은 현재 북해도를 제외한 전 산림의 소나무에 모두 피해를 입었고, 지금은 황실림이나 공원 보호수 등만 집중 관리하여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 산에서 소나무를 보기 어려워졌다. 재선충에 강한 저항성 소나무를 육성·연구, 그리고 최근엔 세균, 미생물 개발을 통해 천적을 개발해 재선충 퇴치에 이용하고 있으나 그다지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산림청에서 긴급히 소나무재선충방제팀을 구성하여 인원을 계속 충원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찾아서 막아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대적 위급함을 인식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더 이상 소나무재선충이 우리지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시민들은 주변의 소나무 숲을 살펴 갑자기 말라죽으면 바로 신고하고, 함부로 소나무를 옮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소나무 숲을 내일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우리 아이들은 수목원이나 영상매체로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 동안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주고 믿음을 심어준 소나무 숲을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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