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의 꿈을 안고 정든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한 정모(38)씨는 얼마전 파종 농약을 고르려다 낭패를 봤다.
수 만가지에 이르는 농약 종류도 종류거니와 상표와 품목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로 돼 있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쉬운 말이라곤 하나도 없는 농약들을 적시적소에 사용해 온 선배 농민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농사일에 흔히 사용하는 농약 용어가 외래어 일색인데다 생소한 말들로 가득차 일부 농민들은 물론 관공서 담당자들조차 헛갈려 하고 있다. 페녹사프로에칠은 모내기 직후 어린 벼, 디메토유제는 마늘과 과수 품종 파종 직후 사용하는 농약으로 농촌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벼와 과수농사에 널리 사용하는 농약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다보니 시력이 약한 일부 연로 농민들의 농약 오용 및 사고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해마다 농촌에서는 농약을 잘못 사용하거나, 농약 음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보고되지 않은 작물 피해까지 고려하면 연간 50여건은 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농약 용어들이 생소한데는 농약 제조사들이 미국과 유럽 등 약제 원산지 국가들의 원액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다 농림부 등 농업 당국도 약 성분 이외에는 별다른 감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정확한 용법에 맞는 농약 사용은 물론 농약 오용에 따른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기 쉬운 농약 용어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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