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한의학과 EBM(근거중심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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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한의학과 EBM(근거중심의학)

  • 승인 2005-11-08 00:00
  • 장은수 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장은수 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요즘 의료계에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EBM이다.
‘Evidence Based Medicine’라 하여 근거중심의학이라 불려지는 이 말은 실존적 증거를 찾으려는 서양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조류가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는 의료의 대세라 할 정도로 급속히 변해가는 실정이고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몇 년 전부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한국의료제도의 개편에 화두가 될 것이라 보인다.

그렇다면 서양과는 다르게 한의학이라는 부분이 있어 제도적으로 이원화가 되어있는 한국에서 한의학은 이 EBM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의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의료를 행해왔기 때문에 그 안전성이라는 부분은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왔고 그 경험적 사고가 바탕이 되어 현재에도 많은 부분이 활용되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새삼 안전성과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미래의 새로운 한의학 상을 정립하려면 시대적 흐름을 아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우리의 자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현재 주가 되고 있는 서양적 의료의 틈바구니에서 한의학 나름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겠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EBM의 근거를 확보하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연구되고 세계적으로 많이 조명되는, 침구임상을 통한 침의 효과입증이 근거중심의학의 대표적인 연구방법론이며 사상의학의 객관화와 진단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체질진단기기 분야, 체질정보은행 분야 역시 근거확보의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수준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많은 자료들이 다시 기초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런 피드백은 한의학의 기존정보를 더욱 보완하여 실제임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한의학의 판단에 서양적 잣대를 대는 것 자체가 한의학의 학문방향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주장으로 한의학계 내에서도 이 EBM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한의학이 예전에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여 있다가 큰 위기를 맞았던 것처럼, 현재의 이런 시대적 조류는 또 다른 변화의 시기이며 이 때 그 변화를 무시하면 세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나만의 한의학, 우리만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의료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의료는 확실한 학문적 바탕이 필요하며 어떤 것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인지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한의학이 진정 국민들의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대중적 의료가 되기 위해서라도 근거중심의학(EBM)의 시대적 요구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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