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불황과 영업용 택시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운전기사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휴일인 6일 대전역 인근택시정류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민희 기자 |
6일 오후 이른바 ‘영업용 택시’로 불리는 법인택시에 승차한 뒤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그 이유를 조심스레 물었다.
택시운전 경력 35년 차인 이 모(54)씨는 “교대해서 6시간 째 일하고 있지만 3만원 밖에 못 벌었다”며 “오늘은 7만 1000원인 사납금을 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들, 딸이 모두 대학생인데 요즘 아빠 벌이가 시원찮은 걸 알았는지 아들놈은 군대를 간다고 그랬다”며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법인택시 운전대를 잡은 지 1년밖에 안 된 신참 김 모(48)씨도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고작 100만원 밖에 못 벌기 때문에 기사들이 얼마 못 버티고 이직하기 일쑤”라며 “차라리 아파트 경비원이나 노동일을 하는 게 벌이가 나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이 택시 공급과잉 현상과 사납금 제도 등 택시회사의 편법운영으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전 법인택시는 모두 3365대이며 개인택시 5394대를 합칠 경우 대전에서 운행 중인 택시는 모두 8759대에 달한다. 대전시민 162명 당 택시 1대꼴이다.
김창근 대전 민주택시노조 본부장은 “시세가 비슷한 광주시와 비교할 때 대전의 택시숫자는 엄청난 것”이라며 “적어도 300명에 택시 1대 꼴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하루수입 전부를 자신이 가져가는 개인택시 기사와는 달리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수입의 7만원 가량을 사납금 명목으로 떼어줘야 한다.
현행법 상 법인택시 회사는 월급제 개념인 ‘전액관리제’로 운영해야 함에도 대전 택시회사 76곳 가운데 74곳이 사납금제도를 택하고 있다. 때문에 경제불황으로 택시 이용객이 줄어드는 마당에 사납금 부담까지 겹쳐 법인택시 기사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택시노조 조사결과 3∼4년 전 8000명에 달하던 법인 택시운전기사들이 올해에는 3700명으로 절반으로 급감한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김창근 본부장은 “법인택시 기사들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방법은 택시총량제를 도입해서 현행 택시의 50%를 줄여야 한다”며 “또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 고정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납금 제도는 불법이지만 노사합의로 이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가 많아 단속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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