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소월시집’, ‘님의 침묵’, ‘머들령’, ‘밤의 이야기’ 등 최훈조씨가 소장하고 있는 희귀시집들. |
청계천 등 헌책방 직접돌며 모아
“젊은 시절 시의 매력에 푹 빠져
여건만 되면 서적전시회 열고파”
11월 1일, 제 19회 시(詩)의 날을 맞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시집을 소장하고 있는 한 시인을 만났다. 최훈조(51) 부산 해운대구 재송중앙교회 목사. 부여출생인 그는 현재 한남대 대학원 영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다. 지난 60∼70년대 서울 청계천과 부산 보수동 일대 헌책방을 돌며 모은 300여권의 서적중 희귀한 시집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 목사가 가장 먼저 내놓은 책은 ‘머들령’(정훈 지음, 계림사)이다. 대전출생으로 지난 1949년 출간된 정훈(丁薰, 1911∼1992년) 시인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이다.
지난 1940년 ‘머들령’이란 시조가 ‘카톨릭 청년’에 추천돼 등단한 시조시인 정훈 시인의 작품중 ‘동백’ 동인들이 추천한 시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민족적 서정을 직유적 방법으로 노래한 정훈 시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집으로 아주 희귀한 시집중 하나이며 출간배경에 대한 지헌영 시인의 글이 기록돼있다. 현직 문학가들조차 인정할만큼 귀한 시집으로 당시 가격은 300환이다.
‘카오스의 사족(蛇足)’(정한모 지음, 법조사) 또한 진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초의 문인출신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낸 부여태생 정한모(1923∼1991년) 시인이 출간한 1958년 시집이다. 수록작품 대부분은 2∼3년동안 인간의 본질적인 순수서정을 노래한 것으로 휴머니즘을 외치는 대표적인 시인이다.
시인은 후기(後記)에서 “남의 문자가 지배하던 아래에서 시를 쓰던 시대는 내 기억에서도 묻어버린지 오랩니다마는 조국의 해방과 더불어 새로 출발하여 걸어온 나의 길 위에서 반려자가 되어준 벗들의 문학적 우정”이라고 남겼다. 가격은 800환이다.
‘소월시집(素月詩集)’(김소월 지음, 최세조 편저, 성문사)은 출간연도가 없다. ‘진달래꽃’, ‘산유화’ 등과 한시(漢詩) 100여편의 김소월(1902∼1934년) 시인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으로 첫 장에는 젊은 날의 소월 초상화가 그려져있고 머리말은 최세조씨가 기록했다.
최씨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함을 실증함이 바로 여게 살고 있는 시인 소월이라 하겠다”고 적었다.
‘밤의 이야기’(조병화 지음, 정음사)는 크기부터 독특하다. 정사각형으로 일반 시집의 절반크기인 이 시집은 1961년에 출간된 책이다. 첫 장에는 조병화(1921∼2003년) 시인의 젊은 시절 사진이 큼지막하게 있고 48편의 작품들이 수록돼있으며 1000환이다.
지난 1939년 초판된 후 21년만에 재출간된 ‘촛불’(신석정 지음, 문화사)에는 신석정(1907∼1974년) 시인이 30∼40년대 쓴 시가 수록돼있다. 잔잔한 전원적인 정서를 음악적인 리듬에 담아 노래한 감동적인 호소력이 돋보이며 가격은 600환이다.
한국아동문학계의 선두주자였던 박화목(1924∼2005년 7월) 시인이 지난 1961년 출간한 ‘그대 내마음의 窓가에 서서’와 “시는 재치로 쓰는 것이 아니다. 시는 가슴으로 써야 한다”는 지론을 지녔던 김용호(1912∼1973년) 시인이 지난 1952년 출간한 ‘남해찬가’역시 보기 드문 시집이다.
최 목사는 “젊은 시절 시의 매력에 빠져 전국에 있는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구한 책들”이라며 “여건이 되면 300여권에 달하는 서적 모두를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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