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내년초 국정 구상 발표 계획’ 발언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이런 류(類)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대연정 논란에서 국민대통합연석회의 제안, 노사문제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 등 사회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어느 하나 시원하게 결론이 나지 못한 상태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두 번의 재·보궐선거의 결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해서 어떤 방식이든 현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지난 재·보선에서의 참패와 국정운영에 있어서 여당과의 불협화음을 타파하기 위한 발상이 아니었나하는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이유에서라면 오히려 대통령을 이해하고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이 갖는 불안이 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패와 국민의 실망이 재·보선의 결과에 반영된 것이고, 또 그것은 향후 국정의 올바른 운영을 통해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은 그와는 성격상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취임 초기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조직과 기능에 의한 국정을 운영을 하기보다는 정부 각 부처와는 별도로 각종의 위원회를 만들어 그 위원회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소위 ‘위원회 정치’는 국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하고 감독과 감시에 대하여도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노무현정부에 대한 정책적 의지만 보더라도 행정수도 이전정책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은 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주변의 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어디 갔는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 마디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어떤 일관성을 갖고 대통령의 말처럼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헌법에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임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흔히 했던 말처럼, ‘못해먹겠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또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서 당선이 되었다면, 그리고 대통령직에 취임할 당시 국민 앞에서 선서한 것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의미는 대통령의 임기 중에 어떤 정치적인 변화와 환경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상황에 따라서 최선을 다해서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수식어가 마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것이라는 것처럼 들리지만,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 비단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논의는 누구 한사람의 의견이 아닌 공론화된 견해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중요한 것은 무엇이 우리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인가를 찾아서 챙겨야 할 때이고, 이것이 정치인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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