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 비운의 땅 카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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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 비운의 땅 카슈미르

  • 승인 2005-10-28 00:00
  • 라윤도 건양대 교수라윤도 건양대 교수
이달 초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망자가 7만~8만명이라는 추측만 나올 뿐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참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간 60년 적대관계의 희생양으로 고통받아온 비운의 땅 카슈미르가 이번엔 자연재해로 더 큰 고통에 처한 것이다.

카슈미르는 사다리꼴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으며 면적이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현재 지리적으로 인도령(10만㎢) 파키스탄령(8만㎢) 중국령(4만㎢)으로 3분 되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이래 카슈미르 문제로 세차례 전쟁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도령과 파키스탄령 사이에는 LOC(Line of Control)라는 일종의 휴전선이 존재하고 양측에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동남쪽은 인도의 자무&카슈미르주, 북서쪽은 파키스탄의 아자드 카슈미르 특별구로 행정구역이 되어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은 아자드 카슈미르의 주도 무자파라바드 부근으로 주로 파키스탄쪽의 피해가 컸다.
카슈미르의 비극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마지막 인도총독 마운트배튼은 독립 과정에서 양국 접경에 위치한 준독립 왕국들은 국민 다수의 종교에 따라 국가를 선택하도록 했다. 당시 카슈미르왕국은 인구의 70%가 회교도였으나 왕은 힌두교도 였다.

따라서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의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으나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원래 카슈미르를 자신들의 성지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키스탄 귀속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의 귀속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결국 카슈미르 한 복판에는 LOC라는 커다란 생채기를 남기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서 카슈미르왕은 인도 귀속을 선언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인도는 그 선언이 유효하다는 주장이 지금까지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것이다.

양국이 카슈미르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카슈미르주민이 받아온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했지만 LOC로 막혀 상봉이 불가능했고, 인-파국경열차가 다녀도 유독 카슈미르주민들의 입출국은 매우 까다로와서 자유로운 방문이 거의 막혀 있었다. 수년전부터는 카슈미르주민들 사이에 외세(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벗어나 카슈미르인의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민족주의적 정파들이 생겨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여년전 양측 카슈미르를 모두 여행하였을 때 그곳에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 이유 없는 분단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의 우리들이 당하는 고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슈미르의 비극은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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