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감] 먹거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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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감] 먹거리 공포

  • 승인 2005-10-28 00:00
  • 이승규 정치부장이승규 정치부장
▲이승규 정치부장
▲이승규 정치부장
뭘 먹어야 할까?
요즘들어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도 이젠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처지다. 중국에서 들여온 장어에 이어 김치에서 납과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먹거리에 대한 안전을 넘어서 이젠 일종의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협은 불행히도 그동안 여러차례 경고를 통해 미리부터 예견돼 왔음은 진작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외국의 값싼 저질 농수산물이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우리의 식탁을 하나씩 차지하기 시작한 그때부터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광우병 소로 인해 두려움에 떨었다. 어디 그뿐인가.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조류독감은 또 어떤가.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있어 ‘맛있는 음식’보다 ‘안전한 음식’이 더 구미 당기는 것이 아닐는지.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도 그렇고 방사선으로 살균한 채소, 항생제로 사육한 육류,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각종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음식들. 이 모두는 우리에게 고맙게도 맛있는 음식보다 안전한 음식을 가려 먹도록 강요하고 있다.
먹거리 공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먹어야 하는 음식물을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보다 많이 먹기 위해, 보다 싸게 그것을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한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늘 우리는 순간만 지나치면 그만이었다. 지난 1995년 인간광우병이 알려지면서 쇠고기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딴죽을 걸며 말한다면 없어서 못먹을 지경일 것이다. 지난 2001년 국제다이옥신학술대회에서 국내산 버터의 다이옥신함유량이 세계최고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우리들에게 발암물질로 알려지자 얼마나 허탈했는지. 그러나 버터 역시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퇴근길 삼삼오오 소주한잔에 구워먹는 삼겹살은 그럼 괜찮았을까? 물론 아니다. 항생제가 잔류 허용치를 넘긴 돼지고기가 판매돼 문제가 됐다.

여기에 식약청은 석쇠에 화기를 직접대 구운 돼지고기에 ‘벤조피렌’이라는 환경호르몬이 다량으로 생성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이를 한동안 멀리하게 한 적이 있다. 이밖에 납꽃게, 물먹인 조기, 발암성 농약을 이용한 콩나물, 구두약 재료나 타르를 넣은 고추, 왁스 입힌 과일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결국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손가락 겨우 꼽을만 하다는 이야기다.

제 아무리 뛰어난 건강보양식이라도 납과 카드뮴을 함께 먹을 순 없으며, 제 아무리 맛있는 김치라도 기생충알을 싸서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먹는 음식, 하물며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고의가 됐든 그렇지 않든, 인위적이든 자연적이 됐던 천벌받는 것을 아직은 보지 못해서 일까. 여전히 부정하고 불량한 식품이 오히려 더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왜 일까?

혹 관계당국에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좋으니 그럴듯하다면 식품위생에 관한 법률 위반이 줄어들어야 함이 마땅한데,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면 이 어찌 조장이 아니고 무엇일까. 차라리 모르고 먹었으면 몰랐을까, 알고도 먹을 수 밖에 없는 공포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는지.

이쯤해서 언뜻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살벌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번뜩인다. 정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먹거리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애써 위안해본다.
“여러분, 먹는 것 가지고 장난질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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