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충청지역은 지난 2003년 12월 한차례의 조류독감이 휩쓸고 갔던 전력의 상처가 남아 있다. 천안 지역에서만도 100여만마리의 닭이 살 처분 됐다. 홍성 지역을 비롯해 부여, 논산 등 서북부 지역은 대단위 양계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조류독감 발령이 내려지자 넋 잃은 농심들은 자조적인 한숨만 내뱉고 있다. 죄 없는 농촌, 농민들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천형의 대상이 되었는가?
모든 가축들에게 질병의 악재가 휩쓸고 간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홍수피해, 태풍피해 등 기상재난이 휩쓸고 간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입 농산물에 밀려 설 자리마저 잃어가는 안타까운 처지에, 올부터는 아예 추곡수매제도마저 없애버렸다. 이토록 정부까지 나서 농촌경제에 찬물을 끼얹더니 이번엔 난데없는 조류독감 파동이 몰아쳐 천심 같은 농심들에 좌절을 안기고 있으니 말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새들만의 감기범주를 넘어 인체까지도 치명적인 변종바이러스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계의 질병전문 학자들에까지도 조류독감 확산이 비상한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테러공격에 이용할 가능성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니 조류독감 바이러스 위력이 얼마나 센지를 짐작케 한다.
조류독감은 이미 유럽의 문턱을 넘어 이웃나라, 중국, 대만, 러시아 등 근접지역까지 입성했다는 보도다. 세계 곳곳에 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데다,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겨울철을 앞두고 국경없이 넘나드는 북방의 매개체가 되다 보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전염될 위험도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축산농가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류 독감에 대한 비상대책이라야 겨우 마을 어귀에 현수막만 펄럭이는 구호뿐이고, 자치단체별로 맡겨진 형식적인 방역소독이 전부이니, 애타고 몸부림치는 건 해당농가들이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이고도 대대적인 방역대책이 시급하다.
천수만 간월호(A지구) 부남호(B지구), 금강 하구언 등 천혜의 환경조건을 갖춘 우리지역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따라서 조류독감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지역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세계의 국적 없는 철새들이 하루에도 수십만 마리씩 날아들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새가 무서운 독감 바이러스를 가지고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방역대책을 지방자치단체만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도 안 된다. 농축산업 보호 및 인명피해 보호를 위해선 보다 적극적이고 과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거국적인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아직은 조류독감이 우리나라에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언론의 과잉 보도로 인해 국민들 상당수가 영양분이 풍부하고 몸에 이로운 닭과 오리 고기를 외면하는 사태가 더는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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