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만 해도 ‘마이크로(μ)’라는 용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첨단과학기술의 상징적인 접두어로 사용된 적이 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상대적으로 ‘나노(n)’라고 할 정도로 이 접두어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대변하고 있고, 따라서 점점 더 작은 혹은 적은 미시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방사선측정 및 방사능분석 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발전에 힘입어 과거에는 측정이 불가능했던 방사선 준위가 오늘날에는 정량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미래에는 이보다 더 낮은 준위도 측정가능하리라고 예상된다.
그러면 왜 인간은 이렇게 미시적인 세계를 무한정 들려다 보려고 할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은 모든 물체의 끝(극소, 혹은 최소)이 어딘지, 어떻게 생겼는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등을 규명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탐구적 욕망은 환경방사선 연구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에는 매우 무식할 정도로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까지 방사선 준위의 검출한계를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즉 하나는 과거에는 그 방사선 준위를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측정 및 분석기기의 발달과 그 절차들의 개발을 통하여 검출한계를 낮춤으로써 시간적, 공간적 준위변동의 경향 또는 특성 등을 알 수 있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서는 검출한계가 낮아짐에 따라 검출빈도가 많아지고 따라서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마치 환경 중에 방사성물질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육감에 의해서 지진을 느끼던 시대의 우리나라 지진횟수와 오늘날 매우 발달된 지진센서에 의해서 측정된 지진횟수의 통계적 자료에서 마치 과거에 비해서 점점 지진이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자와 같은 측면 때문에 필자의 연구 분야는 사회적으로 가끔씩 오해를 가져오게 되고 심지어는 쓸데없이 너무 적은 농도까지 분석해서 잔잔한 호수에 풍파를 일으킨다고 혹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제 환경방사선은 몇몇 전문가들의 관심사항만이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원자력시설 주변의 지역주민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특히 지역주민들은 전문가 수준의 환경방사선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으며 원자력시설로 인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필자가 판단하건 데에는 분석전문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로서 신뢰의 구간이 상호간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 존재와 부존재의 이진법적 사고와, ‘1’과 ‘0’의 디지털식 해석을 통해서는 서로의 불신은 결코 해소가 될 수 없다. 우리국민 모두가 목표로 하는 2만불 시대의 ‘2’라는 숫자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제 ‘0’과 ‘1’이라는 이진법적 사고를 탈피할 것을 그래야지만 달성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나노시대 이러한 신뢰의 구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간에 측정값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여야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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