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위상 뒷받침 아쉬워”

  • 문화
  • 문화/출판

“사회적 위상 뒷받침 아쉬워”

<11월 1일은 ‘시의 날’> 대전 시문학계 양대산맥을 만나다

  • 승인 2005-10-25 00:00
  • 글=윤희진 / 사진=박갑순 기자글=윤희진 / 사진=박갑순 기자
▲ 김백겸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
▲ 김백겸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
김백겸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

여기 두 시인이 있다. 한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소속으로 대전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용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또 다른 이는 대전시인협회 회원이면서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백겸 시인이다. 내달 1일 제19주년 시(詩)의 날을 맞아 문학계의 양대축인 문협과 작가회의의 대표격인 이들에게서 시와 시 현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문학계 주도
‘시 무용론’에 빠져 절필후 10년만에 복귀
지역잡지·시인 많지만 ‘대중과 호흡’ 필요



“김백겸 형은 영락없는 충청도 양반이다.” 후배인 최영철 시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박자가 느리다는 얘기다. 그의 시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그의 시는 샘물처럼 솟아올라 주변을 맑게 해준다. 지난 6월 그의 네 번째 시집인 ‘비밀방’이 출간됐다. ‘시 무용론’에 빠져 절필한 후 10여년만이다. 비밀방 서문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시를 냉대했다. 지참금이 확실한 현실에게 장가를 갔다. 그러나 지참금이란 아름답지 않은 현실이 거래의 보상으로 가져오는 뇌물, 그 계좌가 바닥나는 날, 옛 애인인 시에게 전화한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냐고
다행히 시는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그의 시정신이 잘 나타나 있는 구절이다. 그는 시를 ‘정신적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정신적 즐거움을 외면했던 그의 현실은 추해지고 늙고 병들었던 것이다. 그가 시를 다시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를 졸업하고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기상예보’가 당선돼 등단한 그는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소 관리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84년 ‘민중적 서정성’을 노래하자며 결성돼 최근 유력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시힘’의 동인으로 양애경, 안도현, 나희덕 등의 작가들과 함께 시문학계를 주도하고 있다.

소재와 리듬이 많이 달라지고 있단다. 예전처럼 종이가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시를 쓰고 정보와 경험이 많아졌으며 복잡한 것을 표현하다보니 구체적이며 길어지는 경향이 있단다. 그렇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 시 역시 당대의 문화환경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만 발간되는 시잡지는 3권,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시인의 수가 많은 반면 소위 ‘잘 나가는’ 작가가 적다는 것이다. 시문학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는 “시인은 시대의 핵심을 짚고 영감을 얻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문화생산자”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이 냉대했던 시처럼 냉대받고 있는 시문학계 현실에 뛰어드는 후배시인들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정신과 영혼으로 승부해서 인정받고 성공하면 명성과 부(富)보다 중요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