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겸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 |
여기 두 시인이 있다. 한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소속으로 대전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용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또 다른 이는 대전시인협회 회원이면서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백겸 시인이다. 내달 1일 제19주년 시(詩)의 날을 맞아 문학계의 양대축인 문협과 작가회의의 대표격인 이들에게서 시와 시 현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문학계 주도
‘시 무용론’에 빠져 절필후 10년만에 복귀
지역잡지·시인 많지만 ‘대중과 호흡’ 필요
“김백겸 형은 영락없는 충청도 양반이다.” 후배인 최영철 시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박자가 느리다는 얘기다. 그의 시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그의 시는 샘물처럼 솟아올라 주변을 맑게 해준다. 지난 6월 그의 네 번째 시집인 ‘비밀방’이 출간됐다. ‘시 무용론’에 빠져 절필한 후 10여년만이다. 비밀방 서문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시를 냉대했다. 지참금이 확실한 현실에게 장가를 갔다. 그러나 지참금이란 아름답지 않은 현실이 거래의 보상으로 가져오는 뇌물, 그 계좌가 바닥나는 날, 옛 애인인 시에게 전화한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냐고
다행히 시는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그의 시정신이 잘 나타나 있는 구절이다. 그는 시를 ‘정신적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정신적 즐거움을 외면했던 그의 현실은 추해지고 늙고 병들었던 것이다. 그가 시를 다시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를 졸업하고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기상예보’가 당선돼 등단한 그는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소 관리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84년 ‘민중적 서정성’을 노래하자며 결성돼 최근 유력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시힘’의 동인으로 양애경, 안도현, 나희덕 등의 작가들과 함께 시문학계를 주도하고 있다.
소재와 리듬이 많이 달라지고 있단다. 예전처럼 종이가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시를 쓰고 정보와 경험이 많아졌으며 복잡한 것을 표현하다보니 구체적이며 길어지는 경향이 있단다. 그렇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 시 역시 당대의 문화환경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만 발간되는 시잡지는 3권,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시인의 수가 많은 반면 소위 ‘잘 나가는’ 작가가 적다는 것이다. 시문학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는 “시인은 시대의 핵심을 짚고 영감을 얻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문화생산자”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이 냉대했던 시처럼 냉대받고 있는 시문학계 현실에 뛰어드는 후배시인들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정신과 영혼으로 승부해서 인정받고 성공하면 명성과 부(富)보다 중요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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