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용 대전시인협회 회장 |
여기 두 시인이 있다. 한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소속으로 대전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용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또 다른 이는 대전시인협회 회원이면서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백겸 시인이다. 내달 1일 제19주년 시(詩)의 날을 맞아 문학계의 양대축인 문협과 작가회의의 대표격인 이들에게서 시와 시 현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1976년 등단 한국문학상 등 수상경력 ‘화려’
협회소속 지역시인 80여명… 후배양성 힘써
제자들 ‘돈 되는’ 희곡·소설에 몰려 안타까워
“인간 삶의 지표와 맥락을 정신적으로 잡아주는 것이 바로 시다.”
수북히 쌓인 책으로 한 사람만이 걸어다닐 정도로 비좁은 대전대 교수 연구실, ‘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설명이 시작된다. 때문에 시를 쓰기 위해서는 감성을 기르는 법을 배우란다. 그렇다고 감성만 중시하면 의미없는 시가 될 수 있다.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7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박 회장은 충북 영동출생으로 충남도 문화상, 한성기 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젊은 시절 동아일보 기자(記者)로 시작해 지금 대학강단에 서 있지만 그는 30여년 동안의 시인으로서의 삶에 더 가치를 둔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등단해 훌륭한 시를 쓰고 몇 년도 안돼 포기하는 시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는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훌륭한 본보기다.
대전에는 200여명의 시인들이 있다. 이중 협회 소속 시인은 80여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인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시’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때문에 후배양성을 위한 교육에 한치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하지만 제자들조차도 시보다는 소위 ‘돈이 되는’ 희곡이나 소설부문의 희망자가 훨씬 많단다.
박 회장은 “시문학의 어려운 현실 앞에 주저하는 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현실적 사고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시의 존재이유”라고 말한다.
시문학계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대전지역에서 그가 할 일은 많다. 뒤늦게 시를 배우려는 지망자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꿈꾼다. 한 평론가는 그의 시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에게는 아직 시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릴 수 없는 욕망이 있다. 자신의 전부를 불사르고서라도 일생에 단 한편, 좋은 시를 남기고 싶다는 욕망일 것이다”라고. 왜냐하면 그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때아닌 부나비 떼가 천지를 뒤덮는다
세상 열기에서 사라지는 것 순간이다.
오, 저 포근한 상실
- ‘첫눈’ 전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