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예전에 교사로 근무 했던 경험을 되살리며 아이들이 힘들게 공부 한 것을 백지에 쏟아 놓는 그 땀내 나는 치열한 자리에 동참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요즘은 매번 시험 그 자체가 바로 입시가 아닌가.
1교시 시험과목이 문학이었다. 시험지를 보니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본문이 많이 나와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문학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모두 문학가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언어영역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뉘어 진다. 문학은 현대문학 고전문학 시 수필로 나뉘고 비문학은 인문 과학 예술 사회의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문학의 사전적 뜻은 자연과학과 정치, 법률, 경제 따위에 관한 학문 이외의 여러 가지 학문, 순문학, 철학, 사학, 사회학, 언어학을 통칭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정서, 사상을 상상의 힘을 빌려 말과 글로써 나타낸 예술 작품, 시, 소설, 희곡, 평론, 수필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 비문학은 문학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문학하면 나는 예전의 국어문법인 줄 알았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언어영역 교과과정을 순수문학과 인문학으로 나누어야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잘 해 내고 있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이 시기에 아이들이 순수 문학을 접하게 되는 것은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오면 전공 서적이나 광고에 많이 나오는 베스트셀러나 읽게 되는 게 고작 아닌가.
그리고 다른 나라 고전이 아닌 우리의 고전문학과 우리의 옛 시가(詩歌)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닿아 있는 뿌리 인지 알아야한다.
물론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 국정교과서에는 구태의연한 글과 일제의 잔재물인 글도 남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좀더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을 일깨울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지문들로 바뀌어 가야 할 것이다.
아이 책상에 한 번 앉아서 국어 교과서를 꺼내 읽어 보면 모처럼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꿈과 추억에 젖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아이와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도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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