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교상의 시청방향 3차선도로는 우회전, 직진, 좌회전으로 구분되고 매일 볼 수 있는 불법사례는 직진차선의 차량이 우회전 쪽으로 끼어 드는 것이다. 따라서, 하상도로의 하천 쪽 차선은 우회전의 지체로 상당시간 정체되므로 빠른 차선으로의 끼어들기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우회전 차선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음에도 묵묵히 신호를 대기하면서 옆 차선으로 끼어들기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몇 분 빨리 가자고, 왔다 갔다 하는 얌체시민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시민정신인가 생각케 된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생활도구나 복식에서 우리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서 여유 있게 살아가는 멋’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긴 곤방대가 여유 스러워 보이고, 긴 도포자락이 그렇고 비가 쏟아져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 그런 사례라고 하면 필자의 편견이나 단견의 소치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렇듯 여유롭던 우리 조상님들의 생활모습과 달리 지금의 우리들의 삶은 왜 이렇게 바쁘고 초조하고 불안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과연, 서두르고 초조하고 불안해한다고 해서 안 될 일이 졸지에 성사되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린아이는 아무리 어른이 되고 싶어도 세월이라는 잣대가 기다리게 하며,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급하게 가고자 서둘러도 교통여건이 허용되지 않으면 다른 차들과 속도를 같이하며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뿐이겠는가.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든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라는 격언들은 모두 우리들의 조급함과 역 순리를 다스리는 말로 이 시대의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준다.
우리 공무원 사회에 어느 선배 공무원이 말했다는 ‘조진조퇴(早進早退), 지진지퇴(遲進遲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일찍 올라가면 일찍 물러나고, 늦게 올라가면 늦게까지 다닐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자조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으나 필자는 그 반대의 의미로 보고 싶다. 무리하게 앞서가는 것은 결국 ‘순리’라는 덫에 걸려 순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주변보다 먼저 물러나게 되니(물론, 늦게까지 다니는 게 최선은 아니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미덕을 키워 보자는 뜻으로 본다.
대전시는 근래 들어 사회 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무질서 행위를 바로잡아 보고자 ‘기초질서 확립’을 위한 시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거리질서 지키기, 신호등 지키기, 교통질서 지키기 등과 함께 불법광고물 정비, 불법 노점상 행위 등에 대해 지도와 단속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시민, 시민단체, 각급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넉넉함과 베푸는 마음을 토대로 기다림의 일상화에서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시민, 단체, 기관의 솔선수범적 참여를 당부하면서 우리들 모두가 조상님들의 지혜를 배워 이 복잡한 세상의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여유롭고 슬기롭게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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