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잦은 인사보직 ‘전문성’ 언감생심
창의적 인력. 연구위원 등 확보 ‘시급’
A공연단체는 최근 공연을 준비하면서 높은 행정의 벽에 수없이 부딪쳐야 했다. 무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의 작품 의도에 따라 무대 디자이너를 섭외하려 했지만 예산 규모 1000만원 이상의 경우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하는 규정 때문에 입찰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무대 제작을 위해서는 특정 디자이너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지만 행정기관의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무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 조명이 몇 개 더 필요했지만 이미 정해진 조명 규모로만 계약을 했기 때문에 추가는 어려웠다.
B단체 역시 전국 유일 대통령상 규모의 경연대회 심사위원 위촉을 두고 한참 애를 먹었다. 전국 최고의 권위자답게 심사비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행정기관에서는 행정기관 지급규정으로 심사비를 책정,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C단체의 경우 새로운 공연 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기관에 예산 지원을 신청했지만 ‘규정이 안된다’거나 ‘조례에 어긋난다’, ‘조례에 없다’, ‘감사지적사항이다’ 등의 부정적인 답변만 들었던 것.
대전지역에서
이같은 이유는 공무원 조직의 인사 순환정책에 따라 최대 2~3년이면 보직을 이동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시 문화예술과의 직원 가운데 전임연구원과 학예연구사를 제외한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업무를 맡은지 1~2년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일을 맡은 직원들은 업무 파악과 함께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치러야 하고, 업무가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형편이다.
지역 문화예술인 D씨는 “일반 행정과 달리 ‘문화행정’은 형식에 얽매인 행정보다는 문화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 연구위원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지역 예술계 E씨도 “전문성과 창의력 있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는 문화도시 대전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문화행정은 전문직의 몫으로 만들고 프로급 문화예술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행정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력확충”이라며 “공무원 한사람이 많게는 50여개가 넘는 행사를 치러내기 때문에 전문성을 추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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