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의 허와 실 ④ 전문인력 부재

  • 사회/교육
  • 노동/노사

문화행정의 허와 실 ④ 전문인력 부재

‘프로급’ 공무원이 없다

  • 승인 2005-10-22 01:54
  • 유지영 기자유지영 기자
문화행사. 추진과정 행정의 벽 ‘여전’
市 잦은 인사보직 ‘전문성’ 언감생심
창의적 인력. 연구위원 등 확보 ‘시급’


A공연단체는 최근 공연을 준비하면서 높은 행정의 벽에 수없이 부딪쳐야 했다. 무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의 작품 의도에 따라 무대 디자이너를 섭외하려 했지만 예산 규모 1000만원 이상의 경우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하는 규정 때문에 입찰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무대 제작을 위해서는 특정 디자이너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지만 행정기관의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무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 조명이 몇 개 더 필요했지만 이미 정해진 조명 규모로만 계약을 했기 때문에 추가는 어려웠다.

B단체 역시 전국 유일 대통령상 규모의 경연대회 심사위원 위촉을 두고 한참 애를 먹었다. 전국 최고의 권위자답게 심사비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행정기관에서는 행정기관 지급규정으로 심사비를 책정,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C단체의 경우 새로운 공연 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기관에 예산 지원을 신청했지만 ‘규정이 안된다’거나 ‘조례에 어긋난다’, ‘조례에 없다’, ‘감사지적사항이다’ 등의 부정적인 답변만 들었던 것.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연단체들이 공연 기획과 추진 과정에서 현장의 특수성이 감안되지 않아 행정기관과 자주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문화행정 담당자들의 전문성 부재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문화예술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공무원 조직의 인사 순환정책에 따라 최대 2~3년이면 보직을 이동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시 문화예술과의 직원 가운데 전임연구원과 학예연구사를 제외한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업무를 맡은지 1~2년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일을 맡은 직원들은 업무 파악과 함께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치러야 하고, 업무가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형편이다.

지역 문화예술인 D씨는 “일반 행정과 달리 ‘문화행정’은 형식에 얽매인 행정보다는 문화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 연구위원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지역 예술계 E씨도 “전문성과 창의력 있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는 문화도시 대전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문화행정은 전문직의 몫으로 만들고 프로급 문화예술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행정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력확충”이라며 “공무원 한사람이 많게는 50여개가 넘는 행사를 치러내기 때문에 전문성을 추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