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대전시향, 오사카를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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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대전시향, 오사카를 울리다

  • 승인 2005-10-22 00:00
  • 이영근 대전시 문화예술과 공연예술전임연구원이영근 대전시 문화예술과 공연예술전임연구원
대전시에서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된 아시아 오케스트라 위크 2005축제에 한국대표로 106명의 전사를 일본열도에 보냈다. 개최도시는 동경과 오사카시. 우리나라의 서울과 부산에 해당하는 일본의 1, 2위의 대도시에서 축제는 개최되었다.

이번 초청은 모든 비용을 주최국 즉 초청국가에서 부담하는 대전시립예술단 창단 이래 가장 좋은 조건의 공연이었다. 축제규모나 국제적인 인지도에서도 인정받는 행사로 예술단은 자부심과 명예, 그리고 대전시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일거양득의 공연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프로예술가로서 초청받은 음악여행이었다.

4일 동경오페라시티 타케미츠 메머리얼 홀 1632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앙코르로 환호했다. 일본의 최고봉인 후지산 3776m의 정상을 거뜬히 넘은 시향의 106인의 전사, 그들의 두 번째 무대는 제2의 도시인 오사카였다. 일본어로는 ‘大阪’ 106인의 전사는 연주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1번 ‘巨人’으로 1845석의 오사카심포니홀을 또 하나의 악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좀처럼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는다는 일본관객과 한국에서 시향연주를 보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온 시향후원회인 높은음자리회원이 하나가 되어 기립박수로 젊은 연주자들에게 앙코르로 답례했다. 나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바닥이 터쳐라 박수를 치며 가슴에서 밀어 올리는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전시향의 지나온 역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낮은 천장으로 앙상블을 포기했던 시민회관연습실, 장마철이면 비상대기조가 되어 양동이로 물을 퍼내던 엑스포내 조립식건물연습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바퀴소리로 가슴을 짓눌렀던 대전시청 지하주차장 연습실.

2001년 70명의 연주단원으로 구스타프 말러교향곡을 연주하겠다고 30명의 임시단원을 요청해 3분의 1이 외부단원이면 그 연주회가 무슨 대전시향연주회냐고 함신익 지휘자에게 따져 묻던 가슴 아픈 사연이 묻어있는 말러교향곡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 106인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 이국땅에서 깊어가는 오사카의 밤을 울리는 감동의 무대로 빛나고 있었다.

한국이 일본을 앞설 수 있는 분야! 그것은 문화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제력을 앞세운 일본은 그들이 개최하는 행사의 대부분을 일본 국내축제가 아니라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경제, 군사뿐 아니라 문화까지도 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그들이 한국의 지방오케스트라인 대전시향 연주에 놀라며 박수를 보내는 것은 서구의 유명한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듣던 난이도 높은 연주를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인 무대를 통해 그들의 미래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106명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각기의 색다른 소리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들어 세계 모든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대전에 지방최초로 오케스트라 전용홀을 지어 세계의 유수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여 세미나도 열고 빈필, 베를린필, 뉴욕필과 함께 당당히 연주하는 축제의 그날에 격정의 환호와 눈물을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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