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부터 젊은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클럽문화.
젊은이들은 클럽문화를 통해 내면에 잠재된 ‘끼’를 분출해 내고 그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이처럼 클럽문화는 젊은이들의 문화해방구로 통칭되며 지금은 문화의 한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하지만 그들은 색안경을 벗고 순수한 시각으로 접근해주길 원한다. 젊은이들의 열정이 표출되는 클럽문화의 속 세계를 들여다 봤다.
둔산 신도심 당당한 주류문화로 자리잡아
음악. 사람. 춤. 대화로 뭉쳐 공감대 형성
마니아적 독창성 퇴색될까 우려의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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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이면 이곳은 문화해방구로 젊은이들이 몰려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다.
클럽문화라는 것은 일종의 소규모 극장 또는 공연장에서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임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변질된 클럽문화로 인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클럽문화가 익숙해진 요즘, 클럽이 당당한 주류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클럽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하나로 엮어 젊은 세대와 지역사회, 나아가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끼는 문화해방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김 모(22·서구 관저동)씨는 “클럽인구가 증가하면서 마니아적 성향이 퇴색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20대의 대학생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형성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클럽의 풍경=클러버(Clubber·클럽에 출입하는 사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즐기는 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일반적인 대학생의 유흥문화는 나이트에서 음주와 부킹을 즐기는 수준이었지만 클럽은 술이 아닌 사람과 음악이 초점이고 그 음악에 취해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문화를 공감하는 것
빌딩 지하나 한층 규모의 작은 공간, 바와 약간의 테이블, 그리고 무대, 이것이 가장 전형적인 클럽의 풍경이다.
클러버들은 이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조금씩 술도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나눈다. 겉에서 보면 자유분방한 것 같아도 그 안에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존재한다. 각각의 클럽에는 리듬이 살아 있고 그 리듬은 클럽의 생명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클럽에 출입한다고해서 모두 클러버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클러버들은 “클럽 문화를 알고, 이해하고, 즐기고, 그리고 그 문화를 지켜내는 사람이 진정한 클러버”라고 주장한다.
▲밤에 피어난다=지난 14일 밤 11시, 둔산동의 S, T클럽 앞에는 최첨단 패션의 클러버들이 모여 들었다.
20, 30대가 주류인 이들은 각 장르의 음악과 휘황찬란한 조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느린 음악에는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몸을 더듬기도 하고, 강렬한 박자의 소리에는 머리를 흔들어 대며 사지를 뒤틀기도 했다. 테크노 춤이라 불리는 ‘도리도리’ 춤의 원조도 클럽에서 탄생했다.
회사원 김 모(27·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씨는 “나이트에서처럼 지분대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어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이들은 맥주 한병을 손에 들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밤의 문화를 즐긴다.
물론 이곳을 찾은 클러버들에게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서로 어울려 문화를 공감하고 시간을 초월하고 국경을 넘은 젊은이들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간혹 넥타이 부대들도 둥그렇게 둘러서서 춤을 추는 모습도 수 있다. 클럽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최고조에 달한다. 춤을 추다 지치면 거리에 나와 쉬다가 다른 클럽을 찾기도 한다.
▲클럽문화의 겉과 속=클럽문화는 겉보기에는 꽤 번창한 듯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부분 멍이 들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클럽문화가 상업적, 퇴폐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순수한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던 일부 클럽이 이성의 ‘짝짓기’ 공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4일 새벽 둔산동의 S클럽 앞에서는 이날 클럽에서 처음 만나 짝을 이룬 한 20대 남녀는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아슬아슬한 동작을 연출했다. 외국인과 클럽에서 만난 뒤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가까운 모텔촌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00년부터 클럽을 찾았다는 정 모(여·24)씨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클럽을 전전하는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클럽주변의 독창적 문화가 퇴색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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