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십여일이 지나면 열매가 알알이 영그는 음력 시월 상달(上月)이 된다. 땅 속에 있던 씨앗이 성장과정을 거쳐 땅 위에 열매(통일과 부활)를 맺고, 그 열매가 완전히 익는 달이기에 우리 조상들은 시월을 상달이라고 이름하였을 것이고, 초사흘은 강신일(降神日), 또는 모일(慕日-신을 경모하는 날)이라 하여 집집마다 시루떡을 찌어 하늘에 제사하고 굿을 하며 하루를 즐겼다.
바로 이 날이 개천절로서, 두 가지 큰 뜻이 있는 날이다. 하나는 단군왕검의 탄생일(상원갑자 10월 3일)이고, 둘은 단군 왕검께서 건국을 하신 날(개천 125년-단군원년-무진 10월 3일)이다. 개천절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의미가 큰 국경일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은 음력으로 지내며, 정작 민족의 자존을 지켜야 할 개천절은 양력으로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흐름 속에서 민족의 자존심 마저 집어던져야 했던가, 아니면 신사대주의적 사고가 크게 작용 했더란 말인가!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는 우리의 민요 ‘아리랑’의 교훈도 있고, 또 열매는 뿌리, 줄기, 잎등의 순수한 엑기스만 포함하듯이, 문명의 열매 또한 참된 문명만이 통일문명으로 부활할 수 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문명이나 오도된 역사는 하루빨리 개선광정(改善匡正)하여, 우리의 문명을 참된 문명으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고, 그 열매는 우리에게 두 가지의 교훈을 준다. 그 하나는 봄, 여름에 자란 뿌리, 줄기, 잎과 꽃이 하나의 열매로 통일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가을이 되면 씨앗이 성장했던 모든 기운을 거두고 결국 열매는 땅으로 떨어져 근본으로 돌아가는 회귀반본(回歸返本)이다.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맞이하여, 깊어가는 이 가을에 우리의 진정한 통일은 어떠해야 하고, 근본으로 돌아가는 회귀반본(回歸返本)의 길은 무엇인지, 삶의 근본은 무엇이며, 나라의 근본은 무엇이어야 하고, 교육의 근본은 무엇이어야 되는지 열매의 교훈 둘을 깊이 사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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