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주필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치권이 기초의원까지 정당 공천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하는가 하면 말만 요란할 뿐 아직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자치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는 게 지역민들의 생각이다. 이런 현실은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인구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1990년말 42.8%에서 2003년말 47.6%로 늘어났으며 2003년 한해동안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넘어간 인구가 13만7000명이나 됐다. 이는 지방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지방자치가 실시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앙이 권한과 돈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중앙집권의 전통이 지배해왔던 우리의 경우 지방자치가 자리잡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원론적인 제도들조차 시행되지 않는 현실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스위스야말로 지방자치의 교과서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나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10대도시중 3개의 도시를 차지하는 나라가 스위스라는 점에서 스위스는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지난 60년대부터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가 바로 이러한 스위스의 잘사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스위스야말로 우리가 연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방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지방자치가 철저하게 정착된 나라다. 주요현안에 대해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주민투표가 제도화돼 있으며 국가의 구성단위인 연방과 캔톤(우리의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코뮌(우리의 기초자치단체)간 권한배분이 철저히 나누어져 있다. 어떤 측면에서 코뮌정부가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코뮌정부가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 부과권한을 갖고 있어 대기업이 위치해 있는 소도읍의 경우 곧바로 그 소도읍의 재정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바로 이런 제도로 인해 스위스가 전국 어디를 가도 비교적 고르게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국가는 물론 지역의 주요정책에 이르기까지 고위층이나 기관의 몇몇 사람에 의해 결정되기 일쑤다. 그러나 스위스는 무게 중심이 철저히 아래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읍·면·동보다 작은 단위인 코뮌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스위스에서는 시민권부여가 코뮌의 권한임을 볼 때 코뮌은 스위스 정치의 기본단위임을 알 수 있다.
교육자치와 자치경찰제가 아직 표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와 달리 국가경찰과 교육부가 없는 스위스가 세계인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가 될 수 있는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말뿐인 분권과 참여로는 지방의 역량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스위스는 나라전체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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