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이작가 ‘가난한 시인’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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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 이작가 ‘가난한 시인’ 함민복

고통도 기쁨도 살아있음에…

  • 승인 2005-10-18 00: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가을이다.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는 아
▲함민복 시인
▲함민복 시인
침, 단풍이 물드는 산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옛 시인의 시구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시집 한권에 깃든 삶의 여유와 낭만. 이번 주말에는 시인 함민복씨의 시세계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 부드럽게 느껴지는 강화도 개펄의 힘. 함시인의 시어 속엔 편안한 힘이 있다. 삶을 노래하는 영혼의 떨림이 있다.




가난 극복해가는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

눈물은 왜 짠가 이레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시를 통해 가난과 슬픔, 고통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삶을 어머니의 원형적이며 무한한 사랑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산문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책 곳곳에는 어머니의 사랑에 흘린 눈물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아들과 설렁탕집에 들어간 가난한 노모는 아들에게 고깃국물을 좀 더 먹이고 싶어 주인에게 소금을 많이 넣어 짜다며 국물을 좀 더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주인이 흔쾌히 가져다 준 국물을 안보는 틈을 타 아들의 투가리에 부어주는 어머니. 그래서 눈물이 짠가보다’

책에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에 얽힌 추억, 문학에 빠져들던 일,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기억 등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그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지 않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 그는 살아있다는 원초적 조건 속에서 돋아나오는 희망과 기쁨을 말한다. 여기에 이르면, 고통과 희망은 구별되는 것이 아니고 글과 삶 사이의 간격이 없어져서 글은 자연히 순하고 편해진다. 그 순함이 바로 함 시인만이 가진 글의 힘이다.

가난한 시인 함민복(41)은 보통 가난한게 아니다. 강화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동막리. 그는 월세 10만원의 버려진 농가를 개조해 살고 있다. 그의 살림살이 대부분은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버린 물건들이다. 그는 없는게 너무 많다. 돈과 집은 물론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김훈이 “가
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가도 몸을 다 내주면서 뒤통수를 긁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다.

충북 충주 출생으로 돈이 없어 ‘공짜’인 공고에 입학,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입사했지만 몸에 흐르는 시인의 피가 그를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로 인도했다. 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해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등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욕망의 도시에 전하는 부드러운 개펄의 힘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그가 강화도에 정착한지 10년째,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보고서인 셈이다. 눈만 뜨면 보이는 개펄에서 시인은 문명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시적 서정을 발견한다.

개펄의 상상력과 그 언어는 온전한 삶을 걸어가게 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함민복 시인은 개펄의 ‘물골’이야말로 길의 원형이라 말한다. 육지에 난 물길은 물이 스스로 길을 내어 휘어지고 돌아가면서 강이라는 길을 만들어내지만, 뻘에서는 사람들이 걸어가며 만들어낸 길과 물이 스스로의 본성으로 찾아간 길이 결합돼 이루어진다는 것. 그것이 뻘의 물골이다.

하지만 시인은 물길만 보지 않는다. 살아 우는 글자를 찍으며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하늘길도 놓치지 않는다.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주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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