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인권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5년 전과 10년 전의 인권문제는 ‘하늘과 땅’ 차이라할 만큼 날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반말이나 밤샘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포승줄로 피의자를 묶어 끌고 다니던 시절이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수사를 하면서 때론 고문과 자백이 강요됐고 밤을 지새우기가 허다했다. 굳이 여기서 어떤 형태의 인권유린을 했다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 시절은 경찰뿐 아니라 다른 국가 조직들도 그랬고 사기업도 국민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고 생각된다.
경찰은 온정의 손길과 칼날, 다시 말해 봉사와 규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는 직업이다. 지금까지 경찰활동은 봉사보다는 질서유지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이를 시대 탓으로만 돌리기엔 우리내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경찰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변화를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쳐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어느 부서에서 근무를 하든 간에 이 일은 국민을 위하는 일이지만 내 부모형제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어떤 자세로 근무를 해야 할 것인가의 답은 나올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경찰은 국민을 괴롭히는 폭압의 기구가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경찰에 들어와야 이 사회가 유지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경찰은 우리의 아들이요 형제요 친구요 이웃이다. 경찰의 혁신을 다시 눈여겨 봐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긴 여정을 달려 퇴임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노 경찰에게는 미련도 후회도 없다. 그저 지난 30년을 잘 지탱해준 내 몸뚱아리에 감사하고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이에게 감사 할 따름이다. 굳이 바람이 있다면 자체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한창 논의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문제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충남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으로 근무한 지난 6개월 민원의 대부분은 불친절에서 오는 문제였을 뿐 금품수수의 문제는 없었다. 지금까지 어떤 부조리가 잠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내가 부끄럽다. 이제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만 더 잘하면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는 수사권조정문제도 그렇다. 내가 처음 형사가 되었던 1976년 3월, 선배형사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야, 이 형사. 너 형사계 잘 들어왔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네가 경위가 될 텐데 그때쯤이면 수사권도 독립이 될 테니까 잘 배워라”고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흘렀다. 물론 그때는 수사권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제 경찰은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도 서슴없이 감내하면서 변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사랑과 검찰의 기우를 벗어 날 수 있다. 이제 국민들께서도 경찰을 사랑하고 검찰도 경찰의 요구를 들어 주어도 괜찮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나간 긴 여정 속에 거듭 당부 하지만 우리 모두 진정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찾아 길거리로 나설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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