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 그림처럼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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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 그림처럼 살아가기

  • 승인 2005-10-14 02:11
  • 정황래 목원대 교수정황래 목원대 교수
우리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림 가운데 매(梅)·난(蘭)·국(菊)·죽(竹)을 표현한 사군자 그림들이 있다, 이는 하나의 흔한 식물을 통해 깊은 정신세계와 선비의 인격수양을 그림을 통해 나타내고 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그림처럼 살아가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사군자 그림들은 매·난·국·죽의 형상을 파악해 한 폭의 그림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닮음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내면성, 즉 의미를 담아내는 뜻 그림으로 본다는 것보다는 읽어본다는 내용이 강조된 그림들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시각적인 만족감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좋음과 싫음의 주관적인 평가를 말할 수 있지만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린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여야만 가능한 것이 사군자이며 문인의 그림이라 생각된다.

사군자 그림들이 문인들에 의해 주로 그려진 것은 문인의 정신과 사군자의 특성이 공통점을 이루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학문의 깊이와 인격적인 덕망이 요구되는 문인들은 시(詩),서(書),화(畵)를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생각 속에서 언제나 이들의 학문적 근심은 인격형성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문인의 학문적인 세계가 형상으로 표출되는 것이 문인화이며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된 사군자의 속성과 의미가 문인선비들의 덕목과 일치하는 점에서 문인들이 즐겨 그리며 그 속에 자신의 생각과 의미를 담아 표현한 것이라 보여 진다. 문인들이 사군자를 즐겨 그린 것은 사군자의 상징성에 의미를 둔 것 인데 매화는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며 봄에 은은한 향기를 제일 먼저 알려줌으로써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굽히지 않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난초는 깊은 계곡에 홀로 이슬을 머금고 꽃을 피우며 맑은 향기를 전해주는 고고한 자태를 문인들의 참된 인격수양의 상징으로 나타낸 것이다. 국화는 모든 꽃들이 좋은 계절에 서로를 내세우려 앞 다투는 시기를 지나 찬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꽃을 피움으로써 내적인 성숙과 기다림으로 인내하는 문인의 마음이 배어 있으며 대나무는 한 겨울에도 푸르름으로 그 뜻을 굽히지 않는 문인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문인 선비들의 생각과 뜻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는 사군자그림 한점을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여야 할까? 부단한 인격수양을 통해 인내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된 우리 사회에 맑은 향기를 전해주는 오늘의 문인선비들이 많아져 사군자의 한점 그림처럼 살아가기를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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