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연정(聯政) 밑그림에도 충청권은 없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시감] 연정(聯政) 밑그림에도 충청권은 없다

  • 승인 2005-10-14 02:10
  • 박상배 정치부장 서울주재박상배 정치부장 서울주재
▲ 박상배 정치부장 서울주재
▲ 박상배 정치부장 서울주재
권력을 통째로 내놓고라도 연정(聯政)을 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밑그림은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한 새판짜기로 이해된다. 화석처럼 굳어진 지역 분할구도를 극복하고자하는 충정은 이런 단순 정치논리 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권좌에 오르기까지 일관되게 걸어온 그의 정치노선이나 국정철학을 보더라도 권모나 술수가 담긴 ‘꼼수정치’로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국가최고통수권자가 갖는 고뇌와 순수함으로 받아들여질 뿐, 손해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대통령 주변의 사고다. 이원집정제의 전 단계인 책임총리제가 사실상 작동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참에 개헌을 통한 ‘정·부통령제’ 또는 ‘내각제’까지도 밀어붙였으면 싶은 것이 집권세력 내부의 심정일 것이다.

연정논의가 활화산일지, 휴화산일지 아니면 사화산으로 이미 끝난 얘기인지 집권세력 내부에서 조차 최근 혼선이 일고 있다. 집권당 대표인 문희상 당의장은 약자논리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재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청와대측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잠복성 이슈로 언제고 꺼내들 국면전환용 카드로 움켜쥘 속셈인 듯 하다.

하지만 대연정,소연정 그 어디에도 충청 정치권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 충청도민의 시각에서는 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연정제의’의 최대 파트너가 바로 영남권을 절대지지기반으로 삼고있는 한나라당이다. 이를 제의한 노 대통령 역시 호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권의 꿈을 이룬 호남이 산실인 이해당사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호남 두 축의 정치세력간에 그들만의 대 타협시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동서 두 축의 거대 정치세력에 대한 외적 입장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양극의 정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 지역패권 정치구도를 깨기 위한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고뇌와 노력이 말과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그간 참여정부에서 진행돼온 국정운영과 정치현실과도 크게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연정제의가 과연 누굴 위한 정치이며, 그들만의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닌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노 정권의 창업공신으로 열린우리당내 몇 안 되는 중진인 김원웅 의원이 이른바 참여정부의 ‘신지역주의’를 신랄히 비판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참여정부 출범이후 ‘영남달래기’와 ‘호남챙기기’가 극에 달해 충청권 소외감이 갈수록 깊어졌고, 그런 공허감에서 ‘충청신당’이라는 출현 당위성과 필연적 결과를 낳게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3김시절, 지역할거주의를 비난할 때도 영·호남,그리고 충청의 순서는 있었으나 지금은 그나마 영·호남이외에 기타지역으로 묻혀버렸다”며 지역 홀대문제를 적극 거론하기도 했다. 집권당 중진의원으로서 갖는 책임감과 자성론을 통해 각종 시혜성 정책과 인사횡포의 정도가 얼마나 지나쳤는지를 가늠케 한다.

정작 이런 지역적 아픔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신당과 자민련측의 정치통합 세력구축작업이 여전히 신통치 않다. 결국 살림을 합쳐 통합신당을 꾸리라는 것이 지역민의 지상명령이자 최대과제이다. 여기에 무슨 까다로운 전제가 따르고, 복잡한 계산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 지역민의 엄명이다. 기득권과 주도권 다툼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양측의 지리한 줄다리기는 자칫 그들만의 ‘정치공상’에 그칠 공산도 높다. 강한 기대속엔 그이상의 냉소와 외면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