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도청이전과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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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도청이전과 블루오션

  • 승인 2005-10-14 02:09
  • 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도청이전 문제는 어제 오늘의 화두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16개 시·군 어디에 가도 가는 곳에는 혜택과 이익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당연히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큰 이익이 온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누구나 경쟁의 대열에 나설 것이다. 코앞에 보이는 이익을 보고도 뛰지 않을 사람은 없다. 주민들의 눈이 무서워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어느 시장님의 자조 섞인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산술적 논리로 도저히 가능할 수 없는 것이 도청이전이다. 왜냐하면 도청 이전이 결정될 곳은 한 곳인데 탈락할 곳은 15곳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추진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한들 주민이 뽑아준 의회에서 조례를 승인하지 않고 예산을 모아주지 않으면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1 대 15의 승산으로 무슨 일이 가능하겠으며 어느 지역출신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손해나는 조례를 통과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나 도청 이전은 주민의 70% 이상이 찬성하고 바라는 일이다. 충청인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가장 적절한 곳에 도청을 옮겨달라는 엄숙한 명령이 그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느 한 곳에는 논리적 허구가 있다는 얘기다. 1 대 15의 논리가 허구가 아니라면 70%의 수치가 허구다.

다행히 정답은 있다. 1 대 15가 허구다. 한 곳만 이익이고 나머지는 모두 손해라는 등식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곳에서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70%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이익을 보고 나머지 하나에 조금 더 보탬이 돌아간다면 문제는 없다. 함께 세우고 서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대전~당진간이나 공주~서천간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충남은 거의 1시간권안에 드는 지역이 된다. 어느 지역에 어떤 시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여건이 좋은 쾌적한 인근 도시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도청 소재지가 생기면 가족 모두가 이사하기는커녕 낮에만 사람들로 붐비는 빈껍데기 도시가 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 도청은 필시 옮긴다. 우리 가까이로 오는 도청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성패가 달라질 것이다.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블루오션적 사고일 것이다.

블루오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르크 뒤 솔레이유라는 서커스 회사다. 알다시피 서커스는 대표적인 사양 산업이다. 그러나 솔레이유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 배경에 블루오션 전략이 있었다. 다른 서커스 회사들이 서로 관객들을 유치하려고 비싼 곡예사들과 동물 조련에 돈을 투자할 때 문화생활을 즐기는 성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아예 동물 쇼를 없애고 예술적 주제를 택하는 등 서커스면서 서커스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았다.

어차피 하나만 남고 열다섯은 돌아서야 할 일이라면 레드오션에서 피나는 싸움을 할 일이 아니라 한시간권 안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전의 효과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중요하지 단순히 어디로 유치하느냐의 정치적 논리는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도청이전도 함께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판타지에 동참해야 한다. 진정한 승리는 정치적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주어지는 실질적 혜택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행정수도 이전에서 이미 배웠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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