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따라 일렁이는 억새 숲엔 추억이 흐르네
가족·연인과 함께 가을의 정원 거닐어볼까…
만산홍엽(滿山紅葉).
온 산하를 붉은 색상으로 바꿔놓는
단풍의 무리는 점령군보다 거침없다.
그 유혹의 붉은 자태에 빠져보는 것,
이 또한 이 가을에 느낄 수 있는 우리네 특권 아니겠는가.
이번 호 별지에서는 ‘충청의 단풍 나들이’를 비롯해
‘가을에 떠나는 나만의 이색 여행지’ 등을 담아보았다.
우리지역 단풍 구경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은 뭐니뭐니해도 계룡산이다. 계룡산 단풍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6일 사이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계룡산은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봄에는 동학 계곡, 가을에는 갑사 계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갑사 계곡의 가을 단풍은 아름답다. ‘5리숲’이라 불리는 갑사 진입로는 가을 단풍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계룡산의 대표적인 산행길은 은선폭포-관음봉-삼불봉-남매탑으로 이어지는 4~5시간 거리의 코스다. 특히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1.6km의 자연성능구간은 계룡산의 가을 풍광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이곳에 올라 능선을 타고 걷노라면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붉디 붉은 단풍 색깔에 몸도 마음도 붉게 물드는 느낌이다.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자연관찰 탐방프로그램을 운영, 계룡산 주변의 식생 및 야생화 탐구, 동식물 관찰 등도 펼친다. 인터넷에서 접수하면 참가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탐방프로그램 담당자 한혜성씨는 “계룡산의 가을 산행과 탐방프로그램은 단풍의 화려함을 만끽함은 물론 숲이 주는 고마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단풍 길 따라 거닐며 야생화를 살피는 것도 가을 산행의 색다른 맛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산한 가을 분위기가 담긴 억새 밭 풍경을 둘러보는 것도 가을 사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다른 묘미 가운데 하나.
보령시 청라면에 위치한 오서산의 가을철 억새 능선은 가을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억새 밭 풍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해발 790m에 달하는 오서산 8부 능선부터 시작되는 억새 풍경을 만끽하며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 서해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천수만과 안면도, 서해의 섬들과 붉은 낙조 그리고 억새의 흔들림은 낯선 등산객에게 한 줄기 향수마저 자극한다. 단풍처럼 붉고 화려한 가을의 한 끝에 묻어있는 쓸쓸한 남성적인 가을 분위기.
바로 이런 풍경이 오서산 억새밭 가을 풍경의 참 맛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실연당한 사람이나 떠나간 옛 연인 생각에 가을 밤, 잠 못 이루는 사람이라면 이곳 억새밭에 갈 생각은 절대 금물. 서걱대는 억새 숲의 일렁거림과 붉은 낙조의 애달픈 추정(秋情)은 발걸음 가벼운 가족들의 가을 나들이로 적당하니까 말이다.
‘자! 살가운 가족들과 함께 단풍 길 따라 가을 사냥 한번 떠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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