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는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하여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전국의 국립대학을 법인으로 전환시키며, 대학의 지배구조는 총장, 대학이사회, 교수대의회의 3각 구도로 이루어진다. 법인대표인 총장은 이사회에 의해 선임 추천되며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회는 15인 이내의 학내외인사로 구성되며 총학장 추천과 예결산, 조직의 신설·폐지 권한을 갖는다. 교수대의회는 교수대표로 이루어지며 학사관련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법인화가 이루어질 경우 대학자율성이 확대되고, 지배구조가 민주적으로 바뀔 것이며, 책임경영의 기틀이 마련되어 대학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국립대 법인화에 따른 득보다 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이 법인화되었을 경우 초래할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여 보자.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대학교육에 철저하게 시장논리와 경쟁논리를 도입하겠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다. 자원과 정보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처해있는 경쟁의 초기조건은 철저하게 불평등하며, 자유로운 경쟁이 공정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경쟁은 불평등을 심화시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방 국립대학의 고사를 가져올 뿐이다. 또한 국립대 법인화는 학문간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대학교육의 목적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인적 자원을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학문을 육성하는 순수 아카데미즘 측면도 동시에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대학조직 내에 시장논리가 도입되면 사회적 수요가 적은 기초학문은 설 자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학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져올 뿐이여, 이미 고사위기에 빠진 기초학문의 존립을 더욱 위태롭게 할 뿐이다.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 지배구조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는 교육부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 장관이 추천하는 인사,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동창회 대표 등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사회 참여를 통해 민주적 대학운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내에서는 총장의 신임을 받는 사람들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으며, 외부인사들도 교육의 전문가들 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바탕으로 하여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총장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어 지배구조의 민주화는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학의 판을 새로 짜는 것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그 효과를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이는 교수 1만 5000명, 학생 50만명, 직원 9000명, 예산 1조 9000억원이 달린 거대조직의 구조개혁에 관한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고, 구성원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고 성급하게 국립대학 법인화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교육부 발상은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한 작태이기에 이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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