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농협 역시 수매물량을 늘려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와 내심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바라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곡 수매제를 대신하기 위해 공공비축제도를 신설했지만 가격은 물론 수매 수량에서도 100만섬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판로를 찾지 못한 농민들은 농협이 보다 많은 양의 쌀을 수매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더욱이 수매 단가도 1등급 조곡 40kg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6만440원에 비해 공공비축제는 1만2000원 하락한 4만7000여원, 농협의 경우 7000~1만원 가량 낮아진 5만원 이하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농협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눈빛은 더욱 애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석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수곡제 폐지에 따른 부담을 농협에게만 지울수는 없지만 보다 많은 쌀을 수매해주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정부가 수곡제 폐지로 쌀에 대해 손을 뗄 것이 아니라 RPC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농민들의 바람과 함께 WTO?DDA 협상 등에 따라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한 정부 역시 내심 농협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어 ‘중간자’로 내몰린 농협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충남농협의 경우 지난해 수매한 쌀 23만t 중 1만6000t이 재고로 남아있는데다 이에 따른 창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내년부터 수입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시판될 예정이어서 쌀 수매에 나선 각 지역조합들은 수매물량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의 쌀 추곡수매제도 폐지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된 농민들을 위해 농협이 보다 많은 쌀을 수매해야 하지만 재고부담과 적재공간 부족, 수입쌀 시판 등의 악재가 있다”며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지난해 수준의 수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농협이 정부와 농민들 사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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