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도청 이전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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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도청 이전 문제없나

  • 승인 2005-10-12 00:00
  • 김학용 편집국 부국장김학용 편집국 부국장
충남도청 이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그래서 글감으로는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나는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도청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도청이전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둘째 문제를 먼저 보자. 여야가 자꾸 거론하는 시·도(市道)폐지론이 정말 현실화된다면 도청 이전은 쓸모없는 일이 되고 만다. 도청 이전에서 이 문제는 거의 간과된 듯이 보인다. “시·도가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확신을 갖기엔 지방자치에 대한 ‘국회의원의 역습(逆襲)’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시·도를 없애고 싶어하고, 이 문제에 관한 한 두 당의 입장이 거의 일치해 있다. 시·군·구를 3~4개씩 통합, 전국을 60~70개 자치단체로 단층화(單層化) 하자는 한나라당 안(案)이 나와 있고,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가진 ‘연정(聯政) 회담’에서 그 안을 제안했었다.

여야는 왜 시·도를 폐지하려는 건가? 과거엔 모든 공무원들이 국회의원들 ‘밥’이었지만 시도지사는 민선(民選) 이후 이런 부류에서 빠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권력에서 국회의원들을 추월하게 되었다. ‘청계천 살리기’ 한 방으로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명박시장, 신당의 주역이 되어 자민련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심대평지사가 그런 경우다. 이인제의원도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대권에 도전하는 기회를 얻었었다. 이런 시도지사를 없애는 게 여야 국회의원들의 바람이 되었고, 그러기 위해선 시·도를 없애야 한다.

시·군·구에서도 행정의 3단계(중앙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 행정계층이 2단계로 줄어드는 점 때문에 시·도폐지론을 반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시·군·구 입장에선 또 하나의 상급기관 격인 시·도를 없애는 것이므로, 귀가 솔깃할 만한 사안이다. 시·도 폐지론은 3~4개 시·군을 묶는 문제 등 현실적 난점이 있긴 해도 여야와 기초자치단체의 이해가 동일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또 도청 이전지가 확정된 상태에서 도(道) 폐지가 추진되면 더 빨리 성사돼 이전작업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야는 이미 지난 8월 기초의원 공천제 법률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지방자치에대한 공격’에 일체감을 과시했다. 기초의원들이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며 반발의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기초의원들은 대개 국회의원 자신들의 정적(政敵)으로 돌변할 수 있는 시장·군수·구청장들의 품안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여야 의원들은 이런 못마땅한 상황을 그냥 놔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결국 공천제로 만들어 기초의원들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었다.

첫번째 문제는 도청 이전의 타당성에 관한 것으로, 이부분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청 이전은 대전과 충남이란 광역자치단체가 영원히 분리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셈인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요즘 부산에선 부산 울산 경남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46개 시도를 8~9개로 합쳐 광역자치단체를 더 크게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연정(大聯政)이 성사되었다는 독일은 인구나 규모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될 만하지만 미국과 같은 연방형 지방자치제를 하고 있다. 우리의 시·도보다 더 큰 규모의 더 큰 권한을 갖는 지방정부를 두고 있다.

독일 일본을 모델로 단정할 수 없지만 시·도 통합이든 또는 영구 분리든 이 부분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점과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려는 시도 폐지의 현실화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추진되는 도청 이전은 자칫 후유증만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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