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찬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 |
법조인 출신답게 출마의사를 밝히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설명까지 곁들인 김의원의 기습 질문에 당사자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설픈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십여 명을 모두 불러일으켜 세우며 추궁하듯 의사를 묻는 장면이 계속되자 국감장은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도청 국감 현장에서 도지사도 아닌 공무원에게 지방선거 출마의사를 묻는 것이 국정감사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질문임을 모를 리 없는 김 의원이 그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 일일이 일으켜 세워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국정감사 현장에서 감사내용과 무관한 정치공세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자칫 개인의 명예에 흠집을 줄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한 건을 올려야 했던 김 의원의 속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런 추궁성 질문은 김 의원 말대로 도지사가 신당창당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도 공무원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행정공백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차질 없는 도정 수행을 주문하는 차원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모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일일이 다 불러일으켜 세워 따져 물은 건 도가 지나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니면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그것도 지방공무원이) 착실하게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지 어딜 감히 선거에 기웃거리는가’ 라며 도지사 앞에서 부하 공무원들을 준엄하게 꾸짖어 국회의원의 권위를 내보이고 싶었던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사실 김 의원의 이번 행태가 내년 지방선거의 정당간 이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알만한 이는 다 아는 얘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경북 도청의 경우 역시 10여명이 넘는 공무원들의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인데 충남도의 도정공백까지 우려해준 김 의원이 정작 자신의 고향이자 근무처이기도 했던 경북도청에서는 같은 문제에 대해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김 의원은 9월 28일 자신이 근무하던 경상북도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자신이 근무할 당시 직속 상관이 김○○ 행정부지사라며 예를 표한 뒤 공무원들이 도정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경북도의 공무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경우에는 도정이 아무 이상이 없는데 충남도의 공무원들이 선거에 출마예정이면 도정공백이 우려되는가를 따져 묻고 싶을 따름이다. 남의 도(道) 걱정 그만하고 자신이 근무하던 경상북도나 걱정하라고 되묻는다면 김 의원은 뭐라고 답변할까.
김 의원에게 자신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려고 마음을 먹기 시작한 시점이 경북도에 근무하던 때부터인지,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인지, 아니면 공직에 사표를 낸 다음날부터인지를 공개적으로 묻는다면 그에겐 고약한 질문이 될 것이다.
그날 김 의원이 충남도 공무원들에게 던진 그 같은 질문은 국회의원으로서 충남도정에 대한 걱정보다 악의적인 정치 공세가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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