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어느새 1년이 흘렀네요. 헤어지기 싫어 온종일 눈물을 쏟아냈지만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 주네요. 주인님과 제가 처음 만났던 때가 기억납니다. 벌써 3년전입니다. 애견센터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주인님이 나타났습니다.
주인님의 아리따운 손이 저를 감쌀 때 처음임에도 경계하지 않고 주인님의 볼에 뽀뽀까지 했었죠. 이후 저는 항상 주인님과 함께 했죠. 주인님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주인님이 정성스레 마련해준 음식을 먹었으며 함께 데이트도 했죠. 사랑을 듬뿍 받았던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 우리를 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저 역시 피해갈 수 없었죠. 무려 한 달이상이나 주인님은 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온갖 약을 먹여주고 주사도 놔주며 저를 보호해주셨죠. 어머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쳐 잠든 주인님의 얼굴을 보며 몰래 눈물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결국 우리를 갈라놓았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수의사의 말, 주인님은 커다란 눈물을 쏟아내며 밤새 저를 부둥켜안고 슬퍼했습니다. 저 역시 주인님과 이별해야만 하는 현실에 너무나 원망스러웠죠.
오늘은 제가 이곳, 유기견보호센터에 온지 300일째입니다. 이곳에는 하루에만 100여명의 친구들이 이사를 옵니다. 낯선 이곳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저는 ‘행복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친구는 밥을 많이 먹고 아무데다 볼일 본다고 버림받았고 또 다른 친구는 주인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해서 도망쳤다고 합니다. 참으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런 친구들에 비하면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저는 옆에 있는 ‘코코’라는 친구가 부럽습니다. ‘코코’처럼 평생동안 한 사람을 섬기며 곁에서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조만간 저는 주인님 곁을 영영 떠납니다. 어느 순간, 마취제에 정신을 잃고 제 몸은 한 줌의 재로 남게될 것입니다. 주인님과 함께했던 시간, 영원히 기억하렵니다. 사람과 동물의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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