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겨 재롱부리면 원숭이지만 자식 같아”

“품에 안겨 재롱부리면 원숭이지만 자식 같아”

대전동물원 송주영 사육사의 하루

  • 승인 2005-10-07 01:59
  • 유지영 기자 / 사진=박갑순 기자유지영 기자 / 사진=박갑순 기자
▲ 하루 24시간을 원숭이와 함께하는 대전동물원 송주영사육사.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원숭이의 재롱을 보여주며 함께 웃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 하루 24시간을 원숭이와 함께하는 대전동물원 송주영사육사.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원숭이의 재롱을 보여주며 함께 웃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동물원 사육사의 매력은 야생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먹이도 주고 돌봐주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닐까 싶다.
가장 가까이에서 야생동물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 아빠로, 가족이자 친구로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종일 동물 사이에서, 도심 한복판의 숲속에서 살고 있는 대전동물원의 원숭이 사육사 송주영(30)씨의 24시를 따라가본다.<편집자주>

밤새 별탈없나 걱정 앞서 눈빛만 봐도 아픈곳 알아 보살피는 손끝 정성가득
관람객 웃을때 가장 보람 ‘애들’과의 일과 끝낸 후 새로운 정보 찾느라 밤샘도





원숭이 식구 15마리 건강체크

올해로 원숭이 사육사 8년차인 송주영씨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사무실에 들르자마자 모닝커피 한잔 할 새 없이 사육실로 향한다. 밤새 원숭이들이 잘 있었는지부터 살펴야 하기 때문.

그는 대전동물원의 ‘침팬지 마을’을 관리하고 있다. 망토원숭이 4마리, 침팬지 3마리, 야누비스개코원숭이 3마리, 히말라야원숭이 5마리 등 모두 15마리가 그의 ‘애들’이다. 원숭이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성격이나 특징도 제각각이다.

송 사육사는 밤새 원숭이들이 별탈없이 잘 있었는지부터 살핀다. 콧물이 나오지는 않는지, 입냄새가 나지 않는지, 원숭이 분비물의 상태, 얼굴, 눈 등 꼼꼼히 체크한다. 1998년부터 원숭이 사육사로 생활해온 그이기에 ‘애들’ 눈빛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가늠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침팬지 중 가장 나이 많은 ‘판치’가 컨디션이 영 별로인 모양이다.

‘애들’을 모두 한번씩 만나 아침인사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이제 차 한잔과 함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이다.



아침조례 후 식사준비에 분주

이제 하나둘씩 직원들이 출근한다. 그날의 전달사항 등 간단한 조회가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이날은 비가 와서 사육실 온도에 더 신경을 쓰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조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사육실로 향한다. ‘애들’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사료와 제철과일을 적당히 섞어 영양에 균형을 맞춘다. 식탐이 많은 침팬지 ‘침순이’를 위해서 음식을 더 잘게 썬다. 그래야 다른 원숭이들과 먹는 속도를 맞춰 조용히 식사를 끝낼 수 있다.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마친 원숭이들을 방사장으로 내보내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시킨다. 이후 조용해진 사육실 청소는 그의 몫이다.

이제부터는 침팬지 마을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방사장 앞으로 나간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서 원숭이들의 생태 및 습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날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소풍 나온 호기심 많은 여중생들이 관람객들이 침팬지 마을 앞을 점령했다.
덩치는 작지만 눈치빠른 히말라야 원숭이에서부터 제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침팬지 사이에서 왕노릇을하고 있는 침순이 얘기까지. 여중생은 ‘꺄르르 꺄르르’ 웃으며 재미있어 한다. 또 재미있는 원숭이 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잠시 동물들과 떨어져 휴식을

하루 중 처음으로 동물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이다. 동료 사육사들과 함께 다른 동물마을 얘기도 듣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도 하는 여유 있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보이던 침팬지 ‘판치’가 신경이 쓰인다.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판치’에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컷 침팬지 ‘갑돌이’랑 잘 놀고 있다. 별 탈이 없어 보여 다행이다.

원숭이들의 저녁 준비가 일찍 시작된다. 요즘 많이 나오는 배와 사과가 오늘 저녁 메뉴다. 원숭이들 모두가 좋아하는 재료라 그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 보인다. 여기에 밤과 사료 등이 더해진다.

저녁 준비를 마치자 그가 망치 하나를 들고 나온다. 방사장 인근의 못이 하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우리 수리와 보수도 사육사가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원안에서 웬만큼 못하는 일이 없다.




저녁식사 챙겨주기 온도조절도 꼼꼼히

원숭이들의 저녁식사가 시작된다. 방사장에 있던 ‘애들’을 다시 사육장으로 불러들인다. 먹이를 먹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를 잘 따라온다. 정말 말을 잘 듣는다. 원숭이사육사가 갖는 큰 매력이라 설명한다. 유인원류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을 더 잘 알아본다 한다. ‘애들’ 아빠답게 보살피는 손놀림이 따스해보인다.

‘애들’ 저녁식사가 끝나자 보일러실로 향한다. 환절기이기 때문에 사육실 온도 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원숭이가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원숭이들이 다같이 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육실 온도는 23도, 습도는 60%로 설정해 놓는다. ‘애들’과 하루 일과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그의 사무실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새로운 동물 사육 정보는 없는지, 다른 동물원 소식은 어떤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하루는 저물어 갔다.
▲ 우리 아기도 예쁘죠?
▲ 우리 아기도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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