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공인(公人)다운 공복(公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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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 공인(公人)다운 공복(公僕) 기대

  • 승인 2005-10-07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유영돈 편집부장
▲유영돈 편집부장
“교직과 공직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야 우리나라가 부강해 질수 있다.” 고교시절 필자의 담임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선생님과 공무원 직업을 기피하는 당시의 사회상을 걱정하며, 음지에서 봉사하는 이 사회 참 일꾼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 가르침이다.

선생님의 이런 말씀이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 어느덧 20여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참으로 많이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민간고용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과 선생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해마다 계속되는 급여 인상으로 여타 기업체에 비해 적지 않은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삼팔선(38세가 한계),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등과 무관한 정년도 보장 받는다. 퇴직후 연금 역시 노후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지금 대학가에서는 이 분야에 취업하려는 학생들로 도서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명 공시족(公試族)의 열풍이다. 한때 ‘박봉’이란 꼬리표로 그리 각광받지 않았던 공직(公職)이 이렇게 최고의 직업군으로 부상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공직에 유능한 젊은이가 몰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화답이라도 하듯 내년 예산에 공무원 봉급을 평균 3% 올리기로 했다. 이에 기존 공직자들 또한 예전과 달리 공무원이란 자부심에 한껏 고취된 듯, 즐거운 내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요즘 이웃나라인 일본의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인 모양이다. 지난주 고이즈미 내각이 발표한 ‘공무원 개혁방안’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11중의원 선거에서‘우정공사 민영화’가 상징하는 공무원 개혁 공약에 국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임에 따라, 본격적으로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조짐이다. 앞으로 5년동안 국가공무원 수를 정수의 10%인 3만3230명을 줄일 뿐 아니라, 인건비 역시 10년내 국내총생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것이다. 또 일반 직장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온 공무원 연금의 특권도 폐지해 일반 샐러리맨 수준의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그 주된 골자다.

세계의 경제 대국인 일본 정부가 왜 공무원 조직에 이같은 초강수의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일까? 이를 두고 일각에선 10년의 장기 불황속에 공무원 조직이 국민의 신망을 잃은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지고, 안이할 대로 안이해져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저버린 공무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사회가 변하듯 공무원 조직도 변해야만 한다. 최근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공직사회의 비리 사건은 그래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물론 몇몇 소수의 부도덕한 행실이지만 부패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의지를 무색하게 함은 물론이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이다.

근자에 대전에서도 공무원들을 둘러싼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굳이 본란에서 그 사건의 시시비비를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민들의 눈은 냉엄하고 냉철하다는 것이다. 공직의 지위와 신분은 시민으로부터 나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그토록 일하고 싶어 하는 공직이기에 그 책임과 의무가 더 더욱 무겁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직은 개개인의 사사로운 조직이 아닌 말 그대로 공복(公僕)이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참 공인(公人)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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