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첫 해 나는 교직 경력 7년 만에 처음으로 6학년을 담임하였고 남학생을 데리고 처음으로 곤봉체조를 했었다. ‘나도 처음 쥐어보는 곤봉인데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은 공포가 되어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내 스스로를 ‘그래, 누구나 할 수 있어. 누구나 처음은 두려운 거지만 시작하면 별거 아니야. 그래 한 번 해보자’며 위로했다.
정말 그랬다.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길을 열어 주셨다. 송해민 선생님은 곤봉체조에 어울리는 곡을 선정해 주셨고, 장명수 학년부장님은 곤봉의 기본동작을 알려주셨다. 곤봉 체조는 무용과는 달리 기술적인 손놀림이 필요하여 곤봉에 머리를 맞아 혹이 나고 손이 짓무르도록 연습을 했다. 음악에 맞게 저녁내 안무를 짜고 다음날 학생들을 가르쳤다. 운동회가 다가올수록 정말 그럴듯한 곤봉체조가 되어갔다.
운동회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6학년 복도에 곤봉체조 음악인 ‘네모의 꿈’이 쩌렁쩌렁 울렸다. 깜짝 놀라 뛰어가니 6학년 남학생 대부분이 곤봉체조를 연습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이 노래 너무 좋아요. 나중에 우리 졸업할 때 녹음해 주세요” 이 아이들에게 뭔가 추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에 그날 하루내 가슴이 찡했다.
힘들게 준비한 곤봉체조! 운동회 당일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앙코르 공연까지 받으며 성공적으로 끝냈다. 운동회는 끝났지만 곤봉체조 음악인 ‘네모의 꿈’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봉초등학교 학생의 애창곡이 되어 있다. ‘그래, 내가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고 알 수도 없는 일이라고 두려워말자. 완성은 나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전문가라도 도움의 수준과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곤봉체조는 지금까지 내 마음 속 꿈을 키우는 튼실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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