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맨 뒷자석에 앉아있었는데 승객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여학생을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어떤 아줌마는 냄새난다며 문을 열었다. 어떤 중학생은 친구와 낄낄거리기까지 했다. 아무도 그 여학생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우선은 그 여학생이 당황하지 않게 “괜찮으냐”며 걱정해줘야 하지 않은가? 다행히 그 여학생 주위에 있던 중학생 남녀커플이 여학생 쪽으로 가더니 여학생을 부축하고 나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것 같았다. 중학생들은 운전기사에게 물어 걸레를 가져다 치우기 시작했다.
그 중학생들의 행동에 조금 감동받고 있었는데 그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어이가 없었다. “저기는 안 닦였다”는 둥 “걸레를 한번 뒤집어서 더 닦아라”는 둥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앉아서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불운의 주인공이었던 여학생은 너무 당황하고 창피했는지 그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렸다.
이 일을 경험하고 나서 함께 사는 사회에서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번 생각했다. 그 여학생 같은 일이 나한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매서운 눈초리만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끔찍하고 힘들겠는가? 서로 힘든 일은 도와가며 함께 살아가는 미덕을 보였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