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편집국 부국장 |
그는 유달리 학문을 좋아해 어디에 있든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면서 공부를 했고 높은 학식을 쌓았다. 그의 행동을 전해들은 헌제는 학자다운 면모에 반해 동우를 황문시랑으로 임명하고 경서를 가르치도록 했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나 아무나 제자로 삼지는 않았다. 동우는 제자 되기를 청한 사람들에게 항상 “먼저 책을 백번 읽어라. 백번 읽으면 그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책을 백번이나 읽을 만한 여유가 없다”고 답했고 그러자 그는 “세 가지 여분을 갖고 해라”고 강조했다.
다시 세 가지 여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동우는 “세 가지 여분이란 겨울, 밤, 비 오는 때를 말한다. 겨울은 한해의 여분이고, 밤은 한 날의 여분이며 비 오는 때는 한 때의 여분이다. 그러니 이 여분을 이용해 학문에 정진하면 된다”고 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새삼 설득력 있게 들림을 알 수 있다. 왜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하냐면 최근 논술이 교육 문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독서량이 크게 줄어 넓게는 국가 경쟁력마저 위축될까 두렵다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은 초등학교 과정부터 논술에 기초한 학문을 한다. 미국이 그렇고 프랑스가 논술을 기초로 한다. 프랑스 대입제도는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바깔로레아’만 획득하면 된다. 출제되는 문제도 우리와 다르다. 철저히 논술을 기초로 한 것이다. 심지어 수학문제까지도 공식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2008학년부터 논술이 강화되고 교육부총리가 밝혔듯이 논술을 교과에 반영시킨다는 것은 환영 할만 하다. 논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논술에 있어서 독서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책을 읽어야 글을 논리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청소년뿐만 아니고 어른들까지도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일본의 한 유명인사가 얼마 전 한국이 일본을 따라 오지 못하는 이유는 양국의 독서량 차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의 지하철이‘이동도서관’이라면 서울 지하철은 ‘달리는 침실’처럼 책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비영리 미디어 조사기관인 NOP월드 조사 결과에서 책과 신문·잡지를 포함한 한국인의 주당 독서시간은 3.1시간으로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1위를 차지한 인도 국민 10.7시간의 3분의 1에도 크게 모자라며 30개국 평균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독서시간이다.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온 한 과학자는 한 노숙자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과학자는 책 읽는 노숙자에게 섬뜩함과 무서움마저 느꼈다고 한다. 또 한 예로 하버드법대 공부벌레들이 가장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논술을 잘해서 각종 보고서와 글을 잘 쓰는 것이란다. 이들은 벌써 사회에 나가 적응력과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은 독서량에 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다.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꿈꾸게 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취한 사람의 뒤에는 책이 있었다. 책 읽는 선비를 숭상했던 문화적 전통과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 등으로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느 나라보다 책과 가까웠다. 이를 살려나가야 미래가 있다. TV를 끄고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자. 동우의‘세 가지 여분’을 잘 활용해 독서의 깊이와 책의 진리를 가르치고 시범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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