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겨울, 밤, 비 오는 때를 활용하자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시감] 겨울, 밤, 비 오는 때를 활용하자

  • 승인 2005-09-30 00:00
  • 김형중 편집국 부국장김형중 편집국 부국장
▲  김형중 편집국 부국장
▲ 김형중 편집국 부국장
삼국지 위서(僞書) 왕숙전(王肅傳)에 ‘독서백편의자현(牘書百遍意自現)’이란 말이 나온다. 글을 읽으면 뜻이 저절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풀어 말하면 열심히 학문을 연마하다 보면 뜻하는 바가 저절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후한 헌제 때 동우라는 학자로부터 나왔다.

그는 유달리 학문을 좋아해 어디에 있든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면서 공부를 했고 높은 학식을 쌓았다. 그의 행동을 전해들은 헌제는 학자다운 면모에 반해 동우를 황문시랑으로 임명하고 경서를 가르치도록 했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나 아무나 제자로 삼지는 않았다. 동우는 제자 되기를 청한 사람들에게 항상 “먼저 책을 백번 읽어라. 백번 읽으면 그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책을 백번이나 읽을 만한 여유가 없다”고 답했고 그러자 그는 “세 가지 여분을 갖고 해라”고 강조했다.

다시 세 가지 여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동우는 “세 가지 여분이란 겨울, 밤, 비 오는 때를 말한다. 겨울은 한해의 여분이고, 밤은 한 날의 여분이며 비 오는 때는 한 때의 여분이다. 그러니 이 여분을 이용해 학문에 정진하면 된다”고 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새삼 설득력 있게 들림을 알 수 있다. 왜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하냐면 최근 논술이 교육 문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독서량이 크게 줄어 넓게는 국가 경쟁력마저 위축될까 두렵다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은 초등학교 과정부터 논술에 기초한 학문을 한다. 미국이 그렇고 프랑스가 논술을 기초로 한다. 프랑스 대입제도는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바깔로레아’만 획득하면 된다. 출제되는 문제도 우리와 다르다. 철저히 논술을 기초로 한 것이다. 심지어 수학문제까지도 공식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2008학년부터 논술이 강화되고 교육부총리가 밝혔듯이 논술을 교과에 반영시킨다는 것은 환영 할만 하다. 논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논술에 있어서 독서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책을 읽어야 글을 논리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청소년뿐만 아니고 어른들까지도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일본의 한 유명인사가 얼마 전 한국이 일본을 따라 오지 못하는 이유는 양국의 독서량 차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의 지하철이‘이동도서관’이라면 서울 지하철은 ‘달리는 침실’처럼 책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비영리 미디어 조사기관인 NOP월드 조사 결과에서 책과 신문·잡지를 포함한 한국인의 주당 독서시간은 3.1시간으로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1위를 차지한 인도 국민 10.7시간의 3분의 1에도 크게 모자라며 30개국 평균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독서시간이다.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온 한 과학자는 한 노숙자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과학자는 책 읽는 노숙자에게 섬뜩함과 무서움마저 느꼈다고 한다. 또 한 예로 하버드법대 공부벌레들이 가장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논술을 잘해서 각종 보고서와 글을 잘 쓰는 것이란다. 이들은 벌써 사회에 나가 적응력과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은 독서량에 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다.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꿈꾸게 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취한 사람의 뒤에는 책이 있었다. 책 읽는 선비를 숭상했던 문화적 전통과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 등으로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느 나라보다 책과 가까웠다. 이를 살려나가야 미래가 있다. TV를 끄고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자. 동우의‘세 가지 여분’을 잘 활용해 독서의 깊이와 책의 진리를 가르치고 시범을 보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