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 차장 |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모든것들은 변하고 개발되고 새옷을 갈아입는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야할 길만을 바라볼 뿐 주위를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것이 휴대폰을 통해 집안의 냉난방과 조명시스템을 가동하고 냉장고 속 우유의 유통기한까지 자동으로 체크하는 시대, 3차원 화면을 통한 학교교육과 화상원격의료시스템이 주치의가 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를 앞둔 우리네 자화상이다.
며칠전 편집국 등반대회를 통해 5년여만에 산행을 했다. 턱턱 막히는 숨과 후들거리는 다리로 몇번이나 ‘나 돌아갈래’를 외쳐대야만 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대전시내를 발 아래 펼쳐놓았을때, 그 성취감이란….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 했다.
산을 내려오는 길, 햇살을 가려주던 나뭇가지며 바위며 향기로운 솔잎냄새는 왜 오를때는 보지도 듣지도 맡지도 못했을까. 눈앞의 성과물에 급급할때 사람들은 귀도 눈도 코도 막히는 심각한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닌지. 모든일에 한발 천천히, 한걸음 더 뒤에서 걸어본다면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을 누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5일근무제가 본격화된 이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휴일은 얻었지만 휴식시간을 빼앗겼다고 말하는 직장인도 있고 가족들과의 여행비와 외식비로 가계부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언젠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에 쫓겨 정신없이 살던 아버지가 아들녀석의 성화에 끌려 가까운 산을 올랐단다. 다음날 아버지는 주위사람들에게 “어제는 모처럼 쉬려고 했는데 아들녀석때문에 소중한 휴식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푸념했을 것이다. 헌데 그날밤 아들의 일기장을 본 아버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 일기장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아빠와의 산행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의 산들이 고운 단풍으로 갈아입고 있다. 산행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최적의 시기다. 돈 없이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만한 곳은 산이 최고다.
문득 ‘산행의 아마추어는 다리가 아플때 쉬고, 프로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 멈춘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과 함께 경치좋은 산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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