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우리 반 추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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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우리 반 추석 이야기

  • 승인 2005-09-28 00:00
  • 김은덕 공주 우성초 교사김은덕 공주 우성초 교사
추석을 이틀 앞두었던 날, 추석 연휴에 대한 설렘으로 공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던 우리 반 녀석들은 6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 나가느라 바빴다.

복도 창문을 잠그려고 나와 보니 집에 간 줄 만 알았던 여자 아이들 몇 명이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를 내가 묻기도 전에 학원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려니 하면서 교무실에 갔다 오니 아이들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그 대신 칠판엔 흰색, 노란색, 붉은색이 어우러진 삼색 글씨가 커다랗게 씌어 있었다.

“선생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당신의 마니또 ♡”
그제서야 아이들이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숙제를 많이 내는 편인데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좀 색다른 숙제를 냈다. 이름 하여 ‘추석 숙제’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등교하는 날 각각 집에서 빚은 송편을 열개씩 가져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많은 송편을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 선생님이 다 드실 거냐는 등 몇 번이나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개학(?)하는 날, 아이들은 송편 보따리를 하나씩 내 놓았다. 열 개 씩만 가져오랬더니 스무 개도 넘게 가져온 녀석도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 내가 이것을 모두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6교시 수업을 끝내고 나는 아이들에게 리셉션 형식의 책상 배치를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져온 송편을 책상 위에 모두 진열하였다. 순식간에 우리 반 교실은 송편 파티장으로 변하였다.

“자, 이제 우리 맛있게 먹어 보자꾸나! 여러 집에서 만든 송편을 이렇게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네 집 것의 모양은 어떻고, 맛은 어떻고 재잘 재잘 거리면서 ‘송편 파티’를 즐겼다. 이렇게 우리는 송편을 먹으면서 함께 정을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이번 추석은 아이들 덕분에 즐겁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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