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KTX와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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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KTX와 무궁화

  • 승인 2005-09-28 00:00
  • 김수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국장김수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국장
가을이다. 가을이면 그리운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가을이란 계절 탓인지 그리움이나 설렘 같은 감성적 정서가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출장을 다닐 때나, 주말부부로 떨어져 사는 아내를 보기위해 서울을 갈 때면 주로 KTX를 이용한다.

KTX를 이용하면 빨라서 좋고, 그만큼 시간에 대한 활용도가 많아져 삶이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입석제도가 없으니 사람들의 북적거림에 신경이 거슬릴 필요도 없고, 첨단의 냉난방 시설이 되어 있으니 추위와 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빨라서 좋고, 편리해서 좋고, 타인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마음이 선뜻 기울지 않는다.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고 쫓기는 듯하다.
사물에 대한 관찰과 기억이 희미하던 유년시절에도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이었다.
고향 -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위치할 연기군 남면 보통리 - 의 산내들, 하늘과 바람과 꽃 모두 정겹고 아름다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을을 이루고, 그 속에서 오고가는 사람의 온기와 애정은 따스하고 평온하였다.

발이 채 안닿아 페달을 엇박자로 밟으면서도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가는 기분은 호쾌하였고, 고향장날에 고된 인생을 실어 나르던 시골버스는 번잡했지만 인정이 넘쳐났으며, 아스팔트 도로 옆의 굽은 오솔길을 따라 뛰어가는 날이면 마냥 행복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속도’와 ‘효율’과 ‘편리’와 같은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졌다. 아니, 근대적 인간으로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 학습받은 것 같다.

남들도 다 그러하니깐,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로 전락하니깐,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선택의 여지는 분명 많지가 않았다.

요즘은 기차를 탈 때면 의식적으로 무궁화 열차를 타곤 한다. 창문 밖 들녘을 여유로이 바라볼 수 있고, 시골역이 지닌 저마다의 색깔을 비교해 볼 수도 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기운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삶의 풍경이 있어 좋다. 그 안에서 느끼는 여유와 감동, 성찰이 있어 좋다.
가을이다. KTX를 타는 당신, 가끔은 완행열차를 타고 떠나라!
당신의 삶의 풍경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면….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체크하라.
당신 속에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에 산책의 기대로 마음이 설레어 잠에서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면,
첫 파랑새의 지저귐에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 詩 헨리 데이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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