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건전한 기업문화가 윤리경영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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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건전한 기업문화가 윤리경영 시발점

  • 승인 2005-09-27 00:00
  • 김남면 대전보건대 디지털마케팅과 교수김남면 대전보건대 디지털마케팅과 교수
최근 미국 법원은 회계부정에 관련된 CEO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였다. 2002년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분식회계로 파산한 월드컴의 회장겸 최고 경영자인 버나드 에버스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하였으며, 세계 최대의 에너지 거대 그룹인 엔론사태와 관련된 재무책임자에게는 24년의 중형이 선고 되었다. 또한 지난 19일 뉴욕 대법원에서 미국보안장비 제조업체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최고 경영자와 재무책임자에게 장기 25년의 형을 선고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IMF를 전후하여 많은 기업에서 회계부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진바 있다.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대우계열 12개사, 그리고 2003년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등은 회계부정으로 얼룩진 한국경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회계부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영자들에게 내려진 형량은 3~5년의 징역에 불과하며 그 나마도 집행유예로 몇 달 만에 풀려나오는 등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보면 너무 대조적이다.

회계부정은 시장에 대한 사기행위이며 부정식품이나 사기거래보다 더 나쁜 시장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범죄이다. 회계부정으로 인한 충격과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회계부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에 있지만 이것을 보이지 않게 부추겨 온 것은 경제주체들이다. 기업에 준 대출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분식을 부채질한 금융회사, 자신이 취득한 주식만 괜찮으면 문제없다는 투자가, 회계의 투명성보다는 당장 걷을 세금에만 집착하는 정부, 기업은 어떻게 되든지 정치자금만 내면 좋아하는 정치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결국 기업에게 분식회계를 유도한 결과이며, 이들이 또한 회계부정의 피해자이다.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부정을 막기 위하여 갖가지 처방전을 내 놓고는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투명하게 경영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정부는 2004년부터 공시서류의 허위표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업보고서 등에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의 인증서약을 의무화하는 등 회계부정을 근절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얼마 전 무역전문취업포털 트레이드인과 조사전문기관 폴에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직장인 35%가 CEO의 불법행위를 본 경험이 있고 45%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자발적인 불법행위 근절 문화조성”을 꼽았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나 새로운 법제도 마련보다 기업의 건전한 문화조성과 경영자의 윤리경영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준다. 최근 요란하게 윤리경영을 강조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유통업체이며 최대의 할인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과 파손되어 반품된 공산품을 저가시장에 유통시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그 동안 기업의 불공정 사례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까지도 겉으론 윤리경영을 외치고 뒤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영리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윤리경영은 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윤리경영 실천대회보다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윤리경영의 시발점이다. 윤리경영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러하지 못한 일부 불공정거래와 도덕적 해이를 계속하고 있는 기업과 경영자들에게는 미국과 같이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도 올바른 기업 문화 조성과 윤리경영의 정착에 기여하고 회계부정을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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