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 불은 꺼졌지만…변종 성매매 되레 활기

성매매 특별법 1년 <상> 변태영업 성행 ‘절반의 성공’

▲ 대전지역의 대표적 집창촌인 유천동 ‘텍사스촌’ . 성매매특별법 시행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끊긴 상황에서도 경찰 단속이 뜸한 저녁과 새벽 시간을 활용해 호객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업소들이 눈에 띈다. 이민희 기자

단속 ‘직격탄’ 유천동 집창촌 절반이 폐쇄
성산업 음성화…알선행위 등 2배이상 적발


“절반 이상의 업소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손님이 없어 개장휴업 상태니까 ‘유천동 텍사스촌’이라는 말은 이제 끝났죠.”

22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을 맞은 대전지역의 대표적 집창촌 유천동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업소들이 아예 문을 닫거나 가게를 내놓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유천동의 유흥업소 업주들은 지난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자 집중단속 기간 한달만 버티면 예전처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성매매 행위는 물론 성매매 알선과 광고까지 처벌되고 경찰단속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종업원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자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업주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10여 년 간 업소를 운영해온 박 모(43)씨는 “내부 인테리어를 개조해 단란주점을 개업했지만 빚만 잔뜩 늘었다”며 “가게를 내놓아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밀린 월세로 보증금만 까먹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부 업소에는 전기요금 체납으로 한전의 단전통지서가 가게 입구에 부착돼 있거나 임대, 매매를 알리는 쪽지가 가게마다 붙어있다.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이 지역에만 69개에 달했던 업소는 지난 1년 간 47.8%인 33개가 문을 닫았으며 성을 팔아온 여종업원도 50.2%가 줄었다.

단속도 계속돼 지난 1년 간 대전충남에서는 성매매 인권유린 및 조직적 알선행위 등으로 모두 1490명이 적발돼 이중 74명이 구속됐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 전 단속된 727명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더구나 ‘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면서 이들이 업주 몰래 도망치거나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 전화인 ‘117’ 신고가 지난 1년 간 전국에서 2289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지난해 충남경찰청은 성매매여성의 도움으로 유천동의 한 업소에서 단골고객 108명의 휴대전화번호 등이 적힌 장부와 신용카드 매출전표 329장을 압수, 성매수자 316명이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유천동 등 집창촌에서 빠져나간 여종업원들이 비교적 단속이 뜸한 안마시술소, 휴게텔, 출장마사지 등으로 진출해 이른바 ‘풍선효과’로 성매매특별법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천동 택사스촌 업주 이 모(36·여)씨는“이곳을 빠져나간 여성들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몸을 팔거나 마사지업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공공연한 성매매만 위축됐을 뿐 오히려 성산업은 음성화돼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