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는 무엇을 시험하러 이토록 풍요로운 미국 땅을 찾아든 것인가?
미국인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볼 때,미국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한 전범을 보이는 나라로 비친다.
‘라이언 일병구하기’는 차치하고라도,베트남 전쟁때,아니 심지어 50년전 한국전때 숨진 자국 병사의 유해를 아직도 찾고 있는 나라.
어느 나라 정부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국민에게 주는 보상과 명예를 아까워할까? 희생은 소중하지만 그 공을 기리는데는 그만한 형편이 될 때 가능하다. 한국만큼 국가를 위한 희생자가 많은 나라가 세계에 또 있을까? 독립운동에서 민주화투쟁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위난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그것들은 극복되었었다. 하지만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늘 부족한 것이었다. 한국인의 애국심은 이때 진면목이 나타났다. 애국심은 자기희생인 것이다.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연방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은 며칠째 계속되는 식량,물,전기등 생존의 기본적인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상점을 약탈하고 살인 강간등 무법의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환자를 수송하는 구조헬기에 총을 난사했다는 보도도 있었고,경찰관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현상이 빈발하였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다. 이민으로 이룩된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각기 다른 형편과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가운데 부강한 미국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인종이 다르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환자수송헬기에 총을 난사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가.
무엇이 다르면 같은 이재민이 고통을 나누는 수용소에서 강간과 살해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뉴올리언스 시 경찰관 1500명중 500명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군 지원병력이 총부리를 이재민들에게 들이대며 경비를 서고 있다는 것은,그들의 가치관과 그들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게 했다.
1980년 한국의 광주에서 반정부 시민 항거로 모든 교통과 물품 공급이 끊어졌을 때 시민들은 약탈은 커녕 집에 있는 식량을 서로 내놓았고, 1997년 외환위기때 한국의 모든 가정은 아끼던 결혼예물과 아기 금반지를 은행에 내놓았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도 그 이상으로 향유할 수 없는 국가의 혜택과 보호를 받고 사는 미국민들이 설령 재난의 위기에 처했다하여 정부를 부인하고,이웃의 물건을 약탈하고,치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타국의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도 슬픈 일인 것이다.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국민들도 국가를 위해 조건없이 목숨을 던지고 있거늘,무엇이 부족하여 미국민들은 국가는 커녕,이웃의 재산도 지켜주지 못한단 말인가?
미국이 50여년이 넘은 지금에도 미군의 유해를 찾는 집요한 모습은 바로 이러한 미국민의 나약한 애국심을 애써 높여보고자 하는 과장된 몸부림이었다는 것인가?
가슴 아프게도 재난은 늘 더 어렵고,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어왔다. 안타깝게도 어디서든 재난은 늘 정부시스템의 불비와 늑장대응으로 고통을 배가시켜 왔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속에서도 버려서는 안되는 가치와 문화가 있다.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홍수와 태풍으로 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는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을 떠올리며,그 고통을 누구보다도 더 이해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카트리나로 인해 고통받는 뉴올리언스시를 비롯한 남부의 이재민과 희생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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