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고향가는 모습에 눈물”
“추석 같은 명절이면 이역만리 떨어진 고국의 가족들과의 추억이 더욱 그립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코리안 드림을 안고 대전 대덕구 대화동의 한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발레리(32)씨는 올 추석 연휴 기간 내내 회사 숙소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삼켜야 했다. 물론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타향살이의 동병상련을 서로 위로해줄 수밖에 없었다.
발레리씨는 “외국인노동자센터가 마련한 추석행사에 참석한 것을 빼고는 숙소에서 TV를 보며 라면을 먹는 게 전부였다”며 “한국인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에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처지가 서러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잠정 추산한 대전지역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2000여명. 이들 대부분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멀리는 아프리카 출신도 상당수가 있다.
이 가운데 60%를 넘는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자로 평상시 당국의 단속에 시달려야 하지만, 명절 때면 사무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이들은 여느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올 추석에도 그 흔한 추석행사나 선물은 구경도 못한 채, 사업장 숙소에서 쓴 소주 한 잔으로 외로운 ‘그들만의 추석’을 보내야 했다.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가 쓸쓸한 그들에게 선물을 제의했지만 자치단체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으로 인색함을 대신했다.
대전외노센터 도정환 부장은 “매년 반복되는 명절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회적인 관심이다”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명절 때 선물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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