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있든 없든 회사사정이야 어떻든 직원들이 체감해야할 회사경기와는 별개이기에 처음엔 호기 있게 명절을 준비한다.
우선은 적더라도 상여금을 내보내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그래도 날짜가 달력 한 장 반은 남았을 시점이고, 한달전이 되면 차비라도 지급하려 하다가 막상 그달 들어서면은 상여금은 고사하고 그 달치 월급만이라도 제날짜에 맞추려 동분서주하는 현실적인 모습이 되고 만다.
그러한 시점에서는 스스로의 자괴감에 허탈해 하다가 급기야 CEO 모임에서는 다른회사의 직원들 추석맞이 선물 세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에 이른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야 당당하게 그저 빈손만 아니도록 뭔가 들고 가는 선물로도 충분하겠지만, 무엇보다 현금이 좋은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못하는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선물 세트에 고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몇 번의 명절을 지내며 나름대로 비누, 커피, 식료품, 술까지 그동안 갖가지 종류별로 다 해보았지만 항상 그 어느것도 직원들과 내가 같이 만족 할 수 있는 선물은 없었다.
받아야 별로 소용이 안되더라는 직원들의 염장 지르는 말도, 직원들 눈치 보지 말고 회사 형편껏 하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월급만 겨우 맞춰준 형편이고 보니 막상 선물세트 앞에서 다시금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부잣집에 맞춰 같이 춤 출수야 없지만 그래도 회사에 다니는데 가족들 앞에서 기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명절 일주일을 남기고는 대전시내의 모든 할인마트를 돌아다니며 선물세트로 고민을 하다가 고민한 흔적도 못 남기고 결국은 연휴전날 점심회식으로 모든 것을 때우며 다음 설을 기약하는 자신 없는 다짐을 나눈채 오후근무를 일찍 끝내주는 것으로 명절증후군을 마쳤다.
어찌됐든 그렇게 혼자만의 요란한 명절을 때웠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고 찬바람 불어 다시 명절이 다가 올 때 까지는 당분간 잊고 지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또다시 반복될 명절증후군을 어느 세월에 벗어날지 직원들이 빠져나간 빈 사무실에서 막막한 희망을 가져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