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화가들이 수묵을 가지고 자연산수를 찾아 사생을 쉼 없이 하는 과정들도 자연의 외형적 형상에서 시작하여 점차 자연의 내면적 내용, 즉 순수자연의 형(形)을 파악해 나가는 것인데 처음에는 나무 한 가지, 돌 하나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산 전체의 모습으로 확대되고 이렇게 외형을 얻은 이후에 산수자연의 주변 경물들을 경중에 따라 화가의 마음속에서 그림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 움직여지는 화면경영이 이루어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수화, 한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어찌 보면 시간과 경험, 그리고 화가 자신과의 오랜 시간 내적인 싸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완성된 한점의 산수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 속에 스며있는 포용과 배려의 정신을 통해 우리들을 선(善)의 세계로 그리고 비움의 세계로, 심적 사색의 세계로 들어가게도 한다.
어느 분야이든 마찬가지 이듯 그림의 세계에서도 시간과 경험을 통해 수없는 습작과 탐구가 이루어지고 과정의 반복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작가만의 독특한 화경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자의 이야기 속에 기술을 통해 도에 이른다는 포정의 예에서 말해주듯 어느 분야든 꾸준한 자기 탐구의 연구가 계속되면 자신이 관심을 갖고 추구해온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공자는 그림 그리는 일은 인격이 수양되어 대인(大人)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회사후소(繪事後素)를 말했는데 이 또한 본질적인 것. 즉 기초적인 준비로 부단한 학습의 중요성과 내면적 수양에 바탕이 그림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를 강조한 뜻이라 생각된다.
어떠한 일을 하던지 하나하나의 과정을 거쳐 자신이 생각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가 튼튼한 기반이 되어 어떠한 것에도 무너짐이 없는 것처럼 처음 시작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강의 시간에 자주 듣는 질문이 “왜 이렇게 안 되나요?, 교수님은 쉽게 하는데” 라는 말이다.
그러면 이런 답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지금껏 몇 년을 노력했는데 그리 쉽게 되면 누구든 다 할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그리고 너희들과 똑같은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 그리된다는 말을 한다.
하나하나의 과정 속에서 그것에 충실해지려는 자세와 부족함을 채우려는 자세가 결국 자기분야의 최고의 전문인이 된다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