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 행정부장 |
지금부터 40여년 전 시골에서 자란 7080세대라면 누구나 경험했던 일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며 그냥 웃어 넘길 일이다.
허나 그런 일을 경험했던 7080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당시 1960년대와 오늘날의 생활 수준을 비교할 때 훨씬 나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살아가기는 오히려 그 때보다 어려워진 것 같다.
이틀 후면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절이다. 추석명절을 다른 말로 하면 ‘가윗날’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가윗날‘에는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 친척들이 서로 만나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특히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지점에서 만나 반나절 회포를 풀며 싸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 있는 우리 고유의 민족 명절을 앞두고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이 어렸을 때보다 빈부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데 있다.
우리주변에는 아직도 밥을 굶는 불우이웃이 태반이고, 하루 하루를 벌어 살아가는 이웃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대전시와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대전과 충남에서 토·일요일 및 공휴일 자치단체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결식아동이 각각 1300여명과 1만 1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OECD국가의 빈곤층이 전 국민의 10%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같은 통계수치를 감안할 때 대전과 충남에는 각각 14만 5000여명과 19만여명이 저소득층으로 어렵게 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들 빈곤층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자도 포함돼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가족, 친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추석명절이 그토록 기다려졌다. 하지만 이젠 1년에 두 차례 있는 명절이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생활수준은 나아졌으나 살기는 오히려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년 추석 때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지금보다 생활이 나아지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올 추석 분위기는 어느 해보다 썰렁함을 느끼게 한다.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은 매출이 지난해 추석 대목 때에 비해 절반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도 올 추석에는 관공서 외에 독지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메말라 가는 우리 세태를 아쉬워했다.
올 추석명절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울상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만은 잊지 말자. 예로부터 우리의 미덕(美德)은 나눔 문화이며, 나눔의 문화는 우리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전통인 것이다.
우리 이웃 가운데는 아직도 추석 명절날 차례는 그렇다 치고 끼니를 걱정하는 가정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 추석명절을 앞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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