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보문고 교사 |
장애인야학의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건물주가 임대를 꺼리고, 임대를 허용한다 해도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추어져야 하고, 또 장애인들의 접근이 쉽도록 도심지에 위치하면서도 임대료가 저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학교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건물로 꼽고 있는, 갈마동의 옛 서구의회 건물은 현재 대전시교육청이 2007년에 학교를 신축할 계획으로 매입하여 1층을 예비군 중대가 무상으로 쓰고 있는 상태다. 야간학교의 소망과는 달리, 관할 서부교육청은 이 건물을 내년에 헐어내도록 이미 예산이 책정돼 있어 임대 여부를 명확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대전시교육청의 기채가 전국 16개 시·도 중 2위인 재정상황에서 굳이 건물을 헐고 학교신축을 강행하는 게 타당한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책정된 예산이라 하더라도 집행사유가 없어지면 마땅히 폐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재정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초등학생의 급격한 감소를 고려한다면 학교신축을 최대한 억제하고, 과밀학급은 인근학교로 분산 배치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학교신축이 강행되면 이전이 불가피한 현 서부소방서가 예산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교육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8월 18일 대전시교육청은 장애인교육권연대와 17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오교육감의 적극적 의지로 특수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20개 항에 전격 합의했다. 그 합의안 중에는 성인장애인야학에 대한 지원 약속도 들어 있다. 이런 교육감의 의지를 관할 서부교육장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옛 서구의회 건물의 1층은 장애인야학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2,3층은 전국 최초로 ‘특수교육연구소’로 활용하는 등 서부교육청의 선도적인 결정이 추석선물로 주어졌으면 좋겠다. 모름지기 대전시교육청이 장애인야학의 배움터를 지켜줘, 그들의 배움의 열정을 되살리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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